본문 바로가기

5 + pisces 삶의 기록77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젊었을 때 누구나 한번즈음은 삶을 걸고 딜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해외에서 긴 유학의 길을 이어갈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을 때 다 접고 들어왔던 20대 중후반에 한번, 그리고 30대 중반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웠던 두번의 딜이 있었다. 이러한 딜이 있다는 것은 하나의 챕터가 어느정도 마무리되어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학생의 신분에서 나의 방향성을 찾던 시기, 그리고 기관과 개인의 일이라는 두가지 갈래길에서 중년시기 어디에 방점을 두어야할지 고민했던 시기 끝에 나왔던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특히 올해 초부터 새로운 챕터가 씌여지고 있다. 올해의 나의 목표는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자는 것이기에, 그냥 내 마음과 무의식이.. 2020. 3. 23.
현자타임 어제 문득 현타가 왔다. 연초에 지원했던 해외 레지던시 하나가 2차에서 떨어지면서 가뜩이나 요즘 일이 없고 인간관계로 혼란스럽던 차에 자신감이 뚝 하고 떨어졌다. 갑자기 세상이 너무 커보이고 내 자신이 쭈글쭈글해지는 이름모를 감정에 휩싸여 미친듯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했다. 우울하다고... 원래 뭐 없어도 긍정적 마인드와 자신감 하나로 사는 스타일인데, 어쩌면 복잡한 것들을 회피하면서 내가 보고싶은 좋은 것들만 보고 정신승리 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나 라는 자각이 일어났다. 이게 사실이라는 것도 알고 이젠 내가 그리 대단하지도 않고, 그 어느 누구도 대단한 사람은 없으며 그냥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며 살아가려고 애쓰다가 죽음에 이르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나의 이 허무주의와 염세주의적 태도.. 2020. 2. 18.
종종 귀가 아프다 작년 인생 처음으로 스쿠버다이빙을 해 보았는데, 그 이후로 종종 귀가 아프다. 코가 아닌 입으로 숨 쉬는 것은 생각보다 빨리 적응이 되었는데, 수중압력으로부터 발란스를 맞추려고 노력해도 오른쪽 고막 쪽이 잘 펴지지(?) 않아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다. 이것 때문에 실제로 밑으로 내려가다가 한번 수중 위로 올라왔다. 아무튼 그 이후로 세수하거나 얼굴 클린징을 할 때, 혹은 운동을 할 때 귀 안쪽이 꾸룩꾸룩하면서 약간 아플 때가 있다. 계속 병원 가봐야지 하면서 게으름으로 거의 일년 째 이렇게 미루고 있는데, 꼭 2월에는 가봐야 할거 같다. 생각은 하는데 미루고 회피하는 나의 모습이 어쩔 때 너무 보여서 마음에 안들 때가 있다. 요즈음이 그때라서 약간 우울감이 있다. 프리랜서인 나에게 한 해의 사업이 불투명한.. 2020. 1. 30.
내가 아는 것, 모르는 것, 들춰내고 싶지 않은 것, 믿고 싶은 것들 동네 카페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지 거의 4개월 이상 되는 거 같다. 미팅이 없는 이상, 친구와 약속이 있지 않은 이상, (요새는 친구를 많이 만나지도 않았다. 이미 일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미팅만으로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인관관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나는 도장을 찍는 매일 카페에 들려서 커피를 한잔씩 마시며 몇시간씩 원고를 작성하고 리서치를 했다. 여행자이자 수행자의 마인드로, 큰 가방 안에 노트북과 외장하드를 들고선 몇시간씩 사람들이 오고가는 공공장소에서 내 안에 푹 빠져 있는 것. 퇴사 이후 코워킹 스페이스에 등록도 해보고 도서관도 다녀보고 했는데, 이렇게 집중 잘되고 편리한 방식이 있다니, 나만의 일하는 방식을 만든 것이 올해의 큰 수확 중 하나일지 싶다. 물론 카페가 집에서 5분 거리이고 .. 2019. 11. 25.
오늘의 나 내가 요즘 잘 모르겠을 때마다 하는 것이, 12-13년 전 나를 떠올리는 것이다. 정확히는 2006년과 2007년 사이. 그때 내가 무엇을 했었나. 2006년 2월 대학교를 졸업했고, 무작정 언니가 있는 파리 대학교에 지원은 해 놓았으며, 할머니의 병간호가 지겨웠고 내 삶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서 늘 흔들리고 있었다. 정작 도망치듯 프랑스에 갔을 때는 철저히 혼자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추운 방 안 전기장판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헬렌 니어링의 책 등을 읽어대는 것 뿐이었지. 읽다가 자고 읽다가 먹고 읽다가 다시 눕고를 반복하며, 시간에 맞춰 어학원을 가고 그 다음에는 학교를 갔으며, 남는 시간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때 거기서는 나를 찾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나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 2019. 11. 19.
오늘의 '아하' 최근 일련의 나의 심경에 대한 '아하'가 화장실에서 이를 닦다가 문득 다가왔다. 친구를 사귀면서 어느 순간부터 친밀함에 대해 거부하게 되는 마음과 협력작업을 하는 작가님이 어떤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옆에서 관찰하면서, 내가 하고있는 이러한 반응들이 두려움에서부터 기인한다는 것을 알았다. 최근 한 친구의 내면을 많이 알게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표면적으로 내가 예상했던 관계와는 다른 무거움을 느끼게 되었고,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전혀 파악이 되지 않는 것들이 계속 내 마음을 어렵게 했다. 알면 알수록 모르겠는게 사람이고 그것들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그리고 그것들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에 대한,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무엇을 몰랐으며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것들, 변화하는 관계들이 나를 어지럽게 했다. .. 2019. 11. 13.
00. 들어가며 내가 처음으로 내 삶에서 스쳐 지나간 사람들에 대해 짤막하지만 연속적인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정확히 5분 전 광주 ACC가 마주 보이는 스타벅스 2층에서 였다. 해가 들어오는 유리창 너머로 구전남도청의 건물과 그 뒤 광주독립영화관의 트라이비전이 조용히 돌아가는 풍경 안에서 기시 마사히코의 을 읽으며 결심했는데, 이 책을 발견한 것도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 였다. 광주에 내려오면 일종의 방앗간처럼 들리곤 하는 광주극장에 어젯밤 코헨 형제의 영화를 보러 가서 아트샵 코너를 기웃거리다 발견한 이 책은 사회학자 노명우 선생님의 서평이 커버에 있었다. 마침 최근 한 프로젝트를 꾸리며 만나고 있는 이 사회학자의 관점에 대해 관심이 대단히 많던 찰나, 그가 추천하는 책이라니! 묻고 따지지도 않고 그날 밤 영.. 2019. 11. 4.
뭐가 자라고 있다. 한달만에 동거인이 돌아와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공항에 픽업하러 가는 내내 설레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떠들었고, 집에 도착해서는 바로 손발 닦고선 남아있던 맥주 한캔과 소주를 섞어서 나눠 홀짝거리며 짐을 풀고 그간의 이야기를 풀었다. 엄마. 나의 좋은 친구이자 멘토. 꼰대기질 없고 소녀같은 분. 여전히 삶의 열정과 소소한 삶의 기쁨을 누리기 바쁜 이벤트박. 서프라이즈를 워낙 좋아하는 귀여운 사람. 의리있고 내가 손해 보더라고 남에게 의지하기 싫어하는 대장부 기질이 다분, 그러나 씩씩한 외관과는 달리 감정적으로는 주위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여린 마음을 가졌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삶을 일궈나가는 고독한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고. 가끔은 그녀가 없는 내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2019. 9. 25.
못 먹어도 GO! 올해는 유난히도 인연이 있던 분들의 제안으로 제법 큰 프로젝트를 함께 꾸리게 되었다. 작년 한 사업의 팀원으로 처음 알게된 선생님께서 나에게는 너무 생소한 장르인 필름 촬영과 공연의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로 나에게 제안을 주셨다. 길게 보지 않았던 분이기에 그만큼의 신뢰가 쌓이기 전이었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란 물음표도 내 안에 있었기에 망설였는데 여러차례 말씀을 주셔서 함께 해보기로 결정, 그렇게 올해를 함께하고 있다. 일 뿐만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중요한 분으로 등극, 내가 처한 어려움과 고민들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오랜만에 뵙는 선생님을 오늘 격하게 껴앉았던건 정말 내 마음이 동해서 였다. 지난 열흘간 여러가지 이슈들고 너덜해진 나에게 선생님과의 스킨십은 큰 힘이 되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 2019. 9. 18.
불면의 밤 계속 제대로 잠을 못자는 날들의 연속이다.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며칠을 못자다가 하루 이틀 미친듯이 잠을 자고, 약간 이런 불안정한 패턴이 지속되고 있다. 모두 지난주 있었던 일 때문인거 같다. 내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멋대로 상대방에게 토로해 버려서, 감정의 쓰레기를 투척한거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후회되기도 하고 또 안쓰럽기도 한 복합적인 마음이 든다. 별일 아니라 생각하고 나는 이미 털었는데, 내가 한 말로 상처받았을 그 사람에게, 또 이러한 상황이 속상하긴 나도 마찬가지. 왜 우리는 이렇게 서로에게 상처주고 또 받고 살아야 하는 걸까. 애정, 사랑, 우정, 친밀함이라는 이유로 내던져지는 감정의 조각들에 찔리고 아파하는 것. 내가 이래서 사람들에게 곁을 잘 안주는가 보다. 곁을 주고 가까이할 수록.. 2019. 9. 17.
지금 하고 싶은 말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닌 너를 친구로 택한 것은 내가 외로웠을 때 우연히 네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매혹시켰던 너의 특징들이 희미해진 뒤에도 내가 너에게 충실한 것은 우리 뒤에 함께한 세월이 있기 때문이다." - 김현경, , p.177 2019. 9. 14.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땐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맞다. 인생은 타이밍이고 모든 일들은 관계로 부터 발생한다는 것을 안다.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외로 많지 않다는 것을 20대와 30대의 대부분을 보내며 체득했다. 무모한 용기와 치기로 한 작은 행동이 주변에 어마어마한 파장을 만들어 내기도 하기에, 이제는 무슨 일이든 넓은 맥락과 관계 안에의 상호작용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아마 나이를 조금이라도 먹은 이들은 이해하는 바일 것이다. 그리고 관계라는 것은 너무나도 허무할 때가 많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의 형태가 바뀌면 누군가는 상처받을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거리를 두고 딱 좋은 만큼만 하는게 맞을 때가 더 많겠지. 특히 내가 곁에 오래 두고 천천히 계속 함께하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이라면 이 방.. 2019.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