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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pisces 삶의 기록

못 먹어도 GO!

by MIA_LeeQ 2019. 9. 18.

올해는 유난히도 인연이 있던 분들의 제안으로 제법 큰 프로젝트를 함께 꾸리게 되었다. 작년 한 사업의 팀원으로 처음 알게된 선생님께서 나에게는 너무 생소한 장르인 필름 촬영과 공연의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로 나에게 제안을 주셨다. 길게 보지 않았던 분이기에 그만큼의 신뢰가 쌓이기 전이었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란 물음표도 내 안에 있었기에 망설였는데 여러차례 말씀을 주셔서 함께 해보기로 결정, 그렇게 올해를 함께하고 있다. 일 뿐만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중요한 분으로 등극, 내가 처한 어려움과 고민들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오랜만에 뵙는 선생님을 오늘 격하게 껴앉았던건 정말 내 마음이 동해서 였다. 지난 열흘간 여러가지 이슈들고 너덜해진 나에게 선생님과의 스킨십은 큰 힘이 되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리라. 허당에 쫄보인 내가 누군가를 만나서 우정을 나눈다는 것은 내 삶에서 몇번 없었던 것이다. 서로 힘이 되고, 아끼는 소중한 관계에 대해 잔근육이 조금씩 생기는 중인거 같아 약간 묘한 기분도 들었다.

 

현재 함께 프로젝트를 꾸리고 있는 또 다른 선생님은 이미 7년전부터 알던 사이. 그러나 제대로 일해보기는 작년 여름에 나를 본인이 몸담고 있는 기관에 초대하면서 부터이다. 모자란 나에게 역할을 마련해주시고, 상반기에 종료된 프로젝트 끝까지 지원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지금, 어쩌면 작가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전시의 한 구성으로 준비 중인 프로그램을 협력기획하도록 나를 다시 초대해서 주셨다. 중요한 개인전의 제작 과정 전반을 옆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의미있는 경험이라 여긴다. 명료한 논리와 솔직함이라는 중요한 덕목을 갖고 계신, 내가 인간적으로도 존경하는 몇 안되는 분들 중 한분이기도 해서,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무한 감사하다. 

 

오늘 한 카페, 다른 테이블에서 두분을 연달아 미팅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서로 인사를 나누시며 "망해가고 있다" 이야기 하셨지. 그 상황이 너무 웃겼고 또 흐믓했다. 사진으로 찍어둘걸, 내가 좋아하는 두분이 한자리에 이러식으로 있는건 매우 드물잖아. 두분 모두 왜 나와 함께 일하고 계실까? 미팅을 끝날 무렵, 연말에 함께 단체를 만들어 보다 본격적으로 함께 일해보자는 권유까지 주신 것은, 앞으로의 내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2 라운드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시작되고 있었음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인생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또 사실 그렇게 알고 싶지도 않지만), 그리고 우리의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만큼의 유효기간을 가질런지도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재미있고 즐겁게 할 수 있을 분들이기에 일단 '못 먹어도 GO!'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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