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련의 나의 심경에 대한 '아하'가 화장실에서 이를 닦다가 문득 다가왔다. 친구를 사귀면서 어느 순간부터 친밀함에 대해 거부하게 되는 마음과 협력작업을 하는 작가님이 어떤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옆에서 관찰하면서, 내가 하고있는 이러한 반응들이 두려움에서부터 기인한다는 것을 알았다.
최근 한 친구의 내면을 많이 알게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표면적으로 내가 예상했던 관계와는 다른 무거움을 느끼게 되었고,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전혀 파악이 되지 않는 것들이 계속 내 마음을 어렵게 했다. 알면 알수록 모르겠는게 사람이고 그것들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그리고 그것들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에 대한,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무엇을 몰랐으며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것들, 변화하는 관계들이 나를 어지럽게 했다.
한편 요즈음 프로젝트의 함께 하는 작가님의 경우는 아주 솔직하게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찾고 그것에 대한 답을 구하는 태도를 지녔다. 나는 아주 일차원적으로 대상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내 안에서 끝내버리고 털어버리는데, 작가님은 그것에 대해 계속 파악해가면서 여러면에서 모르는 것들을 섬세하게 찾아내고 그에 대해 집요하게 연구해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를 해도 자기식으로 소화해나가고 계속 예상을 변경하고 설계를 조정하며 앞으로 나가고 계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에 비하면 나는 사유를 아예 안하거나 매우 게으르게 하고 있는 거지.
결국 정리해보자면, 아까 서두에 말했던 나의 두려움이란 내가 처음에 인지한 대상(여기서 대상이란 사람, 관계, 지식 등 내가 접하고 상대하는 모든 것들을 말한다)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예상을 (당연히) 깨게되는 순간에 대한 당황스러움이다. 나는 매우 감각적으로 대상을 파악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처음에는 집중력과 이해력으로 쉽게 내 기준에서 판단을 내려버린다. 그리고 나서는 그 이상의 깊이있고 레이어가 다양한 이해에 대해서는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모른다는 것, 나를 어지럽게 하는 복잡한 사물의 이치와 사람의 관계들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삶은 좋게 말하면 단정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아주 표피적이다. 이것을 38살에 알아버리다니.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 내 스스로의 방어막을 차단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들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관계를 맺으며, 끊임없이 모르는 것을 찾고 대상의 다양한 면을 찾으려는 시도들이 모이면 그것은 그것대로 내 것이 된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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