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잘 모르겠을 때마다 하는 것이, 12-13년 전 나를 떠올리는 것이다. 정확히는 2006년과 2007년 사이.
그때 내가 무엇을 했었나. 2006년 2월 대학교를 졸업했고, 무작정 언니가 있는 파리 대학교에 지원은 해 놓았으며, 할머니의 병간호가 지겨웠고 내 삶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서 늘 흔들리고 있었다.
정작 도망치듯 프랑스에 갔을 때는 철저히 혼자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추운 방 안 전기장판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헬렌 니어링의 책 등을 읽어대는 것 뿐이었지. 읽다가 자고 읽다가 먹고 읽다가 다시 눕고를 반복하며, 시간에 맞춰 어학원을 가고 그 다음에는 학교를 갔으며, 남는 시간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때 거기서는 나를 찾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나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는 이렇게 나이를 먹고 한국에서 10년 동안 일을 해왔다. 기관을 나오고 나서도 계속 크고 작은 일들이 들어오고 나를 찾는 사람들이 생기고, 너무 바쁘다고 너무 일이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내 맘속 한 구석에는 늘 감사한 마음이 들어있다. 오늘도 나를 찾아줘서 고마워. 나를 생각해주고 함께 해줘서 고마워. 나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내가 나아가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을 응원해줘서 고마워.
지금의 나라는 것이, 비루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고 일 많다고 툴툴 거리면서 내 능력을 의심하는 나라는 인간 곁을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기쁜 마음으로 힘들고 괴로운 마음을 이겨내고 그 마음의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고. 첫눈이 내린 이 아침부터 다시 다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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