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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pisces 삶의 기록77

무한 루프 중학교 이후 나의 버릇은 혼자서 생각하고 멋대로 상상하고 종결하는 것, 이를 무한 루프로 머릿속에서 돌린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혼자 탑을 쌓았다 무너트렸다를 수만번. 결고 세상이 끝나지 않을텐데 나 혼자 세상의 짐을 짊어지고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넉다운. 급한 일만 처리하고선 하루종일 안절부절 못하기. 이럴 땐 정말 이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이 혼자 감정의 널뛰기를 하는 내 모습, 정말 피곤하다. 누가 알까. //D9 2019. 9. 8.
나는 어쩔 수 없는 나는 어쩔 수 없는 물고기자리다. 어느 자리에서든, 누구와든 잘 섞여들고 그 안에서 나만의 유영을 즐긴다. 소리없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작지만 소중한 자리와 소소한 관계를 발견하고 기뻐한다. 대단한 무엇가를 하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아직도 큐레이터라는 말이 어색하다. 그냥 시각예술 언저리에서 예술가와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람이라는 정도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관계가 규정되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있다. 어느 밤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 내가 한 대답을 아직도 기억한다. 미래를 규정하지 말고 지금 이 장소에서 우연히 함께 만난 사람들과의 오늘을 감사한다고. 이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어느 저녁 아주 짧은 대화를, 그것도 어색한 외국어로 한 대화가 평생 기억에 남고, 뜨개질을 배운 선.. 2019. 9. 7.
놀라운 하루, 값진 조언들 가끔은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하루를 만나기도 한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내 머리와 마음 깊은 곳에 들어오는 경우 말이다. 그건 일종의 '타이밍'이라 생각하는데,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순간에 정확히 핀트를 맞춰 들어오는 것은, 인생을 짧지 않게 살다보니 쉽지 않더라. 어제는 나에게 그런 날이었다. 하루동안 다른 장소에서 다른 두 사람에게 들은 각기 다른 조언. 모두 나에게는 인생 선배이자 좋은 동료이고 인간으로도 존경하는 분들인데, 여전히 견고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갈팡질팡하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는 말을 건네주었다. 1. 고가하부에서 작품 설치를 큐레이팅 했는데, 주말사이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와 구에서 작품을 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같이 일하는 디렉터에게는 장소에 대한 고민이 .. 2019. 9. 5.
9월이 가장 중요하다 올해 유난히 일적으로 많은 섭외가 들어온다. 며칠 전에 한건이 더 들어왔는데, 예술프로젝트에 관한 간단한 설계를 해 볼 수 있는 기회라서 또 마다하지 않을 예정이고. 확실히 스스로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예전같으면 정말 풀로 무슨 일인가를 책임지는 것에 대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또 맡으려하지 않았는데, 지금 호기심을 느껴서 낼름낼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이러한 변화의 원인에 대해 생각을 좀 해 봤는데, 1) 프리랜서로서 스스로의 업무에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2) '하고싶다' 라는 의지가 큰 동기부여를 만든다, 3) '까짓거 한번 해보지 뭐'라는 일종의 방만한 태도 혹은 지나친 완벽성을 허구를 나이먹고 깨달았다, 등의 이유가 있겠다. 가장 큰 이유로는 아무래도 4) 조직의 일원으로서 일을 .. 2019. 9. 4.
주말 광화문 소회 오랜만에 주말에 광화문을 들렀다. 주말 오전의 한가로운 광화문을 좋아했었던 때가 있었다. 평일 직장인들로 인해 꽉 찼던 길거리,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감돌았던 분위기가 주말이 되면 한산한 거리의 풍경과 더불어 부드러워지곤 했기 때문이다. 교보문고에 가서 느긋하게 책을 구경하다가 시네큐브나 스폰지하우스에 영화를 보러 가곤 했다. 혹은 숙제하기 위해서 전시들을 순례하곤 했지. 그런데 태극기를 들고 시위하는 자들로 인해 그런 정서가 완전히 없어진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주말에 광화문 일대를 가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되었다. 오늘도 어기없이 한낮에 줄지어 태극기를 휘날리며 걷고, 또 일부는 확성기로 소리 높여 부르짖는 그들을 보면서 정치적 의견의 다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멀리온게 아닌가 싶었다. 나는 시위.. 2019. 8. 31.
미팅 전 쪽글 여름부터 박 작가님과 전시 구성 중 일부인 세미나를 함께 기획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올해 하반기의 재미있는 이슈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서 투입이 결정된 7월부터 부던하게 전시 전체의 주제를 쫓아가려 책을 열심히 읽어댔고, 또 패널들 리서치와 저서들도 부던하게 정리하려 노력했다. 아무래도 하반기에 여러 프로젝트들이 줄지어 있는 만큼, 시간의 분배가 가장 핵심적일 것 같아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여름에 큰 프레임을 만들어놓는게 중요했다. 아무튼 이번 프로젝트는 일종의 챌리지기도 하고, 평소 미학/미술비평보다는 사회학이나 인류학, 심리학 쪽에 더욱 관심이 많은지라 내 취향 저격이라 별 고민없이 참여의사를 밝혔지. (나란 인간, 일 벌리는 일에는 선수다;;) 최근에 리서치한 패널 중에 경북대학교 최정규 교수님의 이타.. 2019. 8. 28.
오늘의 반성 살면서 매 고비마다, 혹은 선택의 순간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 대신에 육감과 촉으로 판단하곤 했다. 그게 일이든 사람이든 하물며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재미있고 유니크한 대상에 끌렸고, 그(것)들과 함께 하고자 했다. 사회가 옳다고 말하는 방향, 소위 "있어보이는" 길을 걷는 대신에 나만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길 위를 걷고 있노라 믿었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이 일종의 정신승리 아닐까란 생각이 갑자기 든다. 용감한 것이 아니라 비겁한 것이라고, 잘 하지 못할 바에야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을 선택하므로써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을 구멍을 만드는 전략이 아니었을런지 말이다. 두 손을 가슴에 얻고 언제 내가 스스로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내 감정을 살펴보았는지 생각해본다. 일, 관계, 사랑 등 모든 삶의 영역.. 2019. 8. 27.
두렵지만 잡아 나는 종교가 없고 절대적인 누군가를 섬긴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늘 있어왔다. 여전히 그런 존재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대해 부정적인 편이고, 이는 인간이 스스로는 다스리고 편안하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에 뉴에이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편이다. 즉, 우리모두는 빅뱅 이후의 흩어진 무언가의 일부분이자 조각이고, 그렇기에 이어지고 또 죽음 이후에도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또 어딘가로 흘러서 무언가와 이어질 것이라는 것. 마치 우리 몸의 세포와 같이 개별적인 존재이면서도 함께 하나를 만들어 가기에 일부가 문제가 생기면 몸 전체에서 반응하는 이치랄까. 비슷한 맥락에서 난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고, 그들과 동등해지기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친구 관계에서도 싸우는 친구들 .. 2019. 8. 24.
나는 아무것도 없어 2017년 11월과 12월, 논문이라는 쓰잘데 없는 글과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공쥬의 작은 생명 사이에서 나는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고를 반복했다.그러다 논문 심사가 끝나고 오랜만에 읽은 바질의 무심한 듯 써내려간 산문 한 꼭지에서 내 마음은 떠내려 갈 듯 펑펑 울었다. 2017. 12. 18. - 근심 없이 유쾌하게, 진정한 무소유자만이 가능한 방식으로, 어느 날 우스꽝스러운 코를 가진 한 선량한 청년이 아름다운 초록의 자연을 방랑했다. 나무와 관목, 집과 농장을 지나쳐 가벼운 걸음으로 즐겁게, 유쾌하고 흡족한 마음으로 숲과 들판을 지나갔다. 얼굴 표정이 흐뭇하고 기분 좋아 보였으므로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매우 친절하고 밝게 인사를 건넸는데, 그건 청년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청.. 2017. 12. 19.
2016년 리뷰 2016년도 한해도 어김없이 지났다. 새해 두번째 날을 맞이하는 월요일, 작년 한해는 또 어떻게 지나갔던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영화나 소설을 보면 보통 서른 중반 싱글 여성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직장을 때려친다. 그리고는 인도나 제주도 등 타지에서 수련하거나 체류하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내면을 다독이며 다시금 삶의 소중함을 체득하는 계기를 발견한다. 물론 이런 일들을 실제 목격한 적도 있으니 말도 안되는 일이라거나 폄하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다. 다만, 나는 조금 달랐다(혹은 현실적이었다). 난 뭔가 드라마틱한 일을 바라지도 않았고, 더 나은 뭔가가 있으리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루틴한 일상에 지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나 상황이 바뀌기를 바란 것도 아니다.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알.. 2017. 1. 2.
후불제 민주주의_유시민 행복한 인생은 어떤 인생인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을 남들보다 잘하면서, 그리고 그 일로 돈을 벌어 가족과 함께 먹고사는 인생. 이런 인생이 행복한 인생, 성공하는 삶이 아닐까 싶다. 높은 지위나 많은 재산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삶을 설계할 때 널리 퍼진 고정관념을 무작정 추종하거나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스스로 느끼는 행복의 밀도와 지속 가능성이다. 가치판단의 무게중심을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두는 사람만이 농밀한 행복감을 지속적으로 맛볼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 p.32, 유시민, 후불제 민주주의, 돌베개, 2009 2016. 5. 2.
2015년 리뷰 와우 벌써 한해가 이렇게 흘러갔다. 그간 이 공간을 그냥 방치해두다가 매년하는 연례행사를 치르기 위해 이렇게 들렸다. 바로 '올해의 이슈들'을 정리하는 시간~ 올 한해는 생각해보면 딱히 큰 일들은 없었으나 몇년 사이 뇌세포와 감각세포가 죽어 축 늘어졌던 기간에 비하면 조금은 판단력과 민첩성이 생긴 한해인듯 싶다. 또한 다양한 사건과 상황들-예를 들면, 친척언니와의 긴 해외여행, 후 회장의 일에 인볼브되어 새로운 환경에 노출, 현재 회사에서의 다양한(말 못할) 사건과 그 안에서의 내 피드백-이 생기면서 내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 아무튼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모두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인데 (이 소장님 말씀에 따르면 연금술사에서 말하는 그런 피드백), 올해는 유난히 이런 것들이 나를 흔들어 대.. 2015.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