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한해도 어김없이 지났다. 새해 두번째 날을 맞이하는 월요일, 작년 한해는 또 어떻게 지나갔던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영화나 소설을 보면 보통 서른 중반 싱글 여성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직장을 때려친다. 그리고는 인도나 제주도 등 타지에서 수련하거나 체류하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내면을 다독이며 다시금 삶의 소중함을 체득하는 계기를 발견한다. 물론 이런 일들을 실제 목격한 적도 있으니 말도 안되는 일이라거나 폄하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다. 다만, 나는 조금 달랐다(혹은 현실적이었다). 난 뭔가 드라마틱한 일을 바라지도 않았고, 더 나은 뭔가가 있으리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루틴한 일상에 지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나 상황이 바뀌기를 바란 것도 아니다.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실패를 하더라도 패를 걸어봐야 했다. 지금이 아니라 5년 후의 내가 웃을 수 있고, 내 미래의 삶에서 기본적인 삶의 방식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당연히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2016년이 나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해이다.
1. 퇴직
나에게 2016년도는 무엇보다도 외적인 변화가 많았던 해로 꼽힌다. 2월 말, 9년 다닌 회사를 그만두면서 직장인, 월급쟁이 신분을 끝냈다. 20대 중후반, 유학을 접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 아무 준비없이 시작했던 인턴쉽이 이어져서 일이 되었다. 처음으로 학생이 아닌 사회인의 신분으로 스스로를 책임지기 시작했고, 경험을 쌓고 선후배를 만들면서 세상의 바운더리를 조금씩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여러 차례 슬럼프 이후 번아웃이 되면서 사라진 일에 대한 열정과 즐거움. 그래서 미련없이 끝내기로 마음먹었고, 인수인계 및 퇴사준비를 장장 5개월씩 하면서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잘 마무리하고자 했다. 그리고 정말 탈탈 털었다.")
2. 개인 일
그리고 연이어 개인적인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우연치 않게 들어온 기회를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자 했다. 다시는 직장에 속박되지 않기 위해서, 지속적인 자유를 누리며 내가 하고 싶은 기획을 하며 살기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 1년간 진행하면서 새로운의 분야에 대한 프로세스를 익히고 안정화시켰다. 또한 하반기에는 여러가지 루트를 모색하고 해외 교육도 참여하는 등 가지를 넓혀서 현재 몇개의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이것만으로도 1년 만의 값진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업은 장차 내 일이 될테니까, 앞으로 4년간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말고 확장을 위한 시도를 해봐야 할 것이다.
3. 독립 기획자, 프리랜서
막상 회사를 나오면서 내 머릿속에 물음표로 남았던 부분은 '지금껏 해온 일들이 문 밖에서도 가능할까' 였다. 과연 문화예술 독립기획자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내가 그런 능력이 있을런지 등등 정보 부족과 내 능력에 대한 회의가 들 무렵, 몇가지 기회가 찾아왔다. 한가지는 개인 연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고 한가지는 시에서 진행하는 공공미술 사업. 두가지 모두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내었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가장 좋은 점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프리랜서로 살아온 동지들을 만났다는 것. 그들을 통해 문 밖에서도 얼어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 프리랜서로 사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 가고 있는 중이다.
+ 2017년도에는...
3~4월 경 성당에서 교리공부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서양미술사의 기본인 학문으로서의 서양종교에 대한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도임과 동시에, 몇년간 개인적인 이슈였던 죽음에 대면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습성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 나 스스로도 죽음에 대처하는 연습을 하고 싶기도 하고. (쓰다 보니 엄청나게 거해보이지만, 이에 대한 사견은 다음에 다시 하기로 하자.)
규칙적인 수면과 기상시간을 지키는 연습을 하고 지금처럼 운동 등을 병행하면서 건강을 챙기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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