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벌써 한해가 이렇게 흘러갔다. 그간 이 공간을 그냥 방치해두다가 매년하는 연례행사를 치르기 위해 이렇게 들렸다. 바로 '올해의 이슈들'을 정리하는 시간~
올 한해는 생각해보면 딱히 큰 일들은 없었으나 몇년 사이 뇌세포와 감각세포가 죽어 축 늘어졌던 기간에 비하면 조금은 판단력과 민첩성이 생긴 한해인듯 싶다. 또한 다양한 사건과 상황들-예를 들면, 친척언니와의 긴 해외여행, 후 회장의 일에 인볼브되어 새로운 환경에 노출, 현재 회사에서의 다양한(말 못할) 사건과 그 안에서의 내 피드백-이 생기면서 내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 아무튼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모두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인데 (이 소장님 말씀에 따르면 연금술사에서 말하는 그런 피드백), 올해는 유난히 이런 것들이 나를 흔들어 대고 나 역시 그런 지점들을 굉장히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의 상황을 바꾸고자 의지적으로 변화를 도모한 한해이기에 좀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2008년부터 어느덧 8년째 같은 사람들과 하루 8-9시간 이상씩 마주하며 일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나 역시 다양한 관점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날것의 나였으면 만나지 못했을 작가와 디자이너들, 지식인들과 교류하고 다양한 비주얼과 텍스트를 기획 생산하였다. 그러나 오랜 기간 함께하다보니 늘 새로운 이슈와 사람들을 대하면서도 어느새 같은 관점으로 바라보고 진행시켜나가는 내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더더군다나 나 스스로도 이런 자극에 무뎌져서 더 이상 흡수가 어렵다고 해야하나. 설상가상으로 육체적인 부분도 많이 안 좋아졌고. 그 다음의 비전을 여기서 찾기에는 내 스스로가 너무 지쳤다고 해야겠지.
어차피 같은 상황으로 같은 방식에서 같은 형태로 해결하면서 같은 소릴 듣는 것에 대한 지침. 직장을 다녀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그것. 나에게는 이제 한계치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제 30대 중반이고 세상이 결고 호락호락하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내 인생은 한번 뿐인데 정말 이렇게 한정된 테두리 안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간한 곳에서 뿌리는 내리는 보다는 다른 토양으로 나를 더 넓히고 싶은 생각. 작년 리뷰를 읽으니 승진으로 인한 설레임이 고스란히 묻어있는데, 일년 후의 나는 퇴사를 결심하다니. 인간지사 정말 모르긴 하구려. 그래서 내년의 내가 또 기대되는 거 아닐까.
또 하나, 일련의 경험치를 통해 파악하는 나라는 인간은 (마음 아프게도) 결코 사업가의 마인드는 없다는 것. 그것은 비즈니스적 관계를 만드는 기술과 의지가 없다는 것이니 얼굴마담 같은 역할은 어렵다는 것이겠지. (관계 상에서의 자발성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거지? 평생 생겨먹은대로 이렇게 사는게 맞는 거겠지? 억지로 그런 척하면 더 힘든 법이니까.) 따라서 내가 꼭 있어야만 하는 이유,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무기를 연마하는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게 지금하는 일의 풍부한 지식이나 언어와 같은 기능적인 측면이겠지. 이제부터는 시간을 투자하여 기능적인 스킬을 쌓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올해를 되돌아보면 삶은 계란(반숙)을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는 것. 운동도 나름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습관처럼 몸에 베겨서 안하면 근육들이 답답해짐을 느끼니 이제 근육이란 것이 나에게도 생기는 건가? ㅋㅋㅋ
2015년 the Best Issues!
1. 친척 언니와의 이태리 여행
갑자기 급 결정된 이태리의 4도시 여행은 오랜만의 관광여행이자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긴 일정동안 동행인과 함께 하는 여행이었다.
하물며 청소년기에 거의 교류가 없었던 친척이니 더욱더 의외의 조합이었지. 로마, 피렌체, 베니스 그리고 밀라노. 난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방문을 겸해 이태리와 독일을 혼자 여행했던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 또 달라~ 매우 긴장했던 거 같다. 여행 내내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지금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았던 여행. 그리고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던 여행.
2. 고딩 친구와 직장 동료의 부친상
올해 들어 2명이나 내 또래의 부모님 상을 목도하면서 점점 내가 보호자가 되어야 할 어른이라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여전히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로 고민하고 있는데 가족까지 (그래봤자 엄마와 공주뿐이지만)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드니 현실의 무게가
느껴진다는. 하지만 여전히 나는 피터팬 ㅋㅋㅋㅋ
3. 새로운 대안
형부가 중계하여 진행되는 소소한 일거리에 투입되어 조금씩 도움을 주고 있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먼 미래를 보면 나의
재정적인 부분과 사회적인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용어도 완전 어렵고 그들이 내뿜는 기에 눌려 찍소리도 못하는
시추에이션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나아가야지. 되는 안되는 일단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인드로, 고고!! 작년의 한걸음에 다시
한걸음 내달은 정도지만 그것만으로도 일단 오케이!
4. 공주의 건강
공주가 올해 봄부터 주기적으로 코피를 쏟아서 병원에 다니는 중이다. 이 기회에 서울대동물병원에서 검진까지 받게 되었는데, 결과는
건강상태가 너무나 양호하다는! 요즘 거의 회춘해서 뛰어다니고 있어서 다다음주 월요일 전시마취 및 발치가 조금은 덜 걱정된다.
공주야 십년만 언니랑 더 행복하게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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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멋진 40을 맞이하고자 매년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몇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다. 단타적인 목적을 지니고 빨리 결과를 보려는 것이 아니라, 뭔가 일상과 내 삶에 녹아들어 몇년 후엔 어느 정도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으면 하는 의미에서 시작하였다.
아래와 같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의 계획들도 있는데, 각 습관들이 어느정도 내 일상에 들어와 있긴 하지만 (확실히 예전처럼 굳이 시간을 내야한다는 강박은 줄어들었다!) 문제는 여전히 쿼릴티가 지켜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중국어 공부도 복습 좀 해야하는데 안하고 선생님과 만나는 시간 뿐이니 영 늘지도 않고, 영어는 BBC Learning English 몇번 듣고 마는 수준. 필라테스는 이태리 여행 후 여름에 3개월이나 쉬어서 다시 뻣뻣. 조금 더 가다듬고 정진하도록 해야겠다. 2021년의 성숙해진 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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