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득 현타가 왔다.
연초에 지원했던 해외 레지던시 하나가 2차에서 떨어지면서 가뜩이나 요즘 일이 없고 인간관계로 혼란스럽던 차에 자신감이 뚝 하고 떨어졌다. 갑자기 세상이 너무 커보이고 내 자신이 쭈글쭈글해지는 이름모를 감정에 휩싸여 미친듯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했다. 우울하다고...
원래 뭐 없어도 긍정적 마인드와 자신감 하나로 사는 스타일인데, 어쩌면 복잡한 것들을 회피하면서 내가 보고싶은 좋은 것들만 보고 정신승리 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나 라는 자각이 일어났다.
이게 사실이라는 것도 알고 이젠 내가 그리 대단하지도 않고, 그 어느 누구도 대단한 사람은 없으며 그냥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며 살아가려고 애쓰다가 죽음에 이르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나의 이 허무주의와 염세주의적 태도가 너무나 별로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나에게 과연 내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모르겠고 삶의 지혜와 매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는 이 심정. 열심히 사랑하고 집착하고 집요하게 노력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관계에서 실패하고 경쟁에서 지더라도 상처를 피하지 말고 스스로를 대면하는 태도. 아마도 내 감정과 몸이 먼저 이러한 태도를 세팅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아직 머리까지는 도달 못한 것이고.
사실 2019년은 일년 내내 나에게는 일의 스케일이 어마어마했던 해였고, 그 여운으로 2월에 감정적인 해소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월이 체력적으로 쉬는 달이었다면, 남은 2월은 클라이밍을 다시 시작하고, 명상수련을 틈틈히 하고, 해를 자주 쐬러 다니고, 여러 사람들을 간간히 만나면서 좀 쉬는 타임으로 마음 편하게 생각해야 겠다. 지금처럼 언어공부를 꾸준히 하고 쓸만한 공모에 지원하면서, 지난 프로그램 출판을 위한 기획글과 번역을 조금씩 진행하면서 마음을 추스리는 것이 좋겠다.
당신(들) 덕분에 오늘은 기분이 다시 떠오르고 있어, 고마워! 전투력 상승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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