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젊었을 때 누구나 한번즈음은 삶을 걸고 딜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해외에서 긴 유학의 길을 이어갈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을 때 다 접고 들어왔던 20대 중후반에 한번, 그리고 30대 중반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웠던 두번의 딜이 있었다. 이러한 딜이 있다는 것은 하나의 챕터가 어느정도 마무리되어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학생의 신분에서 나의 방향성을 찾던 시기, 그리고 기관과 개인의 일이라는 두가지 갈래길에서 중년시기 어디에 방점을 두어야할지 고민했던 시기 끝에 나왔던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특히 올해 초부터 새로운 챕터가 씌여지고 있다. 올해의 나의 목표는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자는 것이기에, 그냥 내 마음과 무의식이 흘러가는대로 따라가보고 있다. 그것이 어디로 나를 데려다 줄 것이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목적지에 대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될런지도 모르겠고. 하나의 챕터가 끝나면 늘 배움과 반성이 있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냥 충실하게 그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두번의 경험으로 잘 이해하고 있기에...
오늘 아침 병원에 김교수님을 뵈러 다녀오는 차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거울을 보았다. 머리 쪽에서 반짝이는 것 발견, 알고보니 뿌리부터 끝까지 완벽한 흰머리카락 한가닥. 급하게 뽑아서 창문 밖으로 버렸는데, 그 찰나의 순간 마음이 쿵하며 나이먹음에 대한 자각으로 이어졌다. 이제 정말 나이를 무시할 수 없는 시점이 되었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애써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인데. 친한 친구의 어머니는 대장암 말기로 힘들어하셔서 어제 친구랑 메세지 대화하는데, 회사도 퇴사하고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이제 부쩍 이런 일들이 주변에 많아지고, 나도 시간의 유한함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두번의 딜이 나름 만족스러웠다곤 하지만, 그 이후는 어떨지 모르는 거니까. 흐름을 탄다는 것도 내 감각만을 믿고 간다는 긍정성 이외에는 아무런 레퍼런스도 없는 건 아닐런지, 불안한 감정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있으니 함께 나아간다고 생각해야지. 욕심부리지 말고 내 자신을 꾸미지 말고 그렇게 천천히 지금처럼 나아가는 것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지 말자고, 다시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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