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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챕터를 쓰고 있다. 이제는 이 블로그가 더 이상 나만의 일기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후로 쓰는 첫번째 글. 나는 내 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챕터를 얼마전에 쓰기 시작했다. 그것은 혼자가 아니라 같이 쓰는 것이기에 어떠한 식으로 흘러갈 것인가는 예측이 불가하다.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 친밀함을 기반으로 상대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또 그 반작용을 통해 내 스스로의 경계를 확인하는 일들이 앞으로 무수히 많이 일어날 것이고, 그러한 경험을 어디까지, 어떠한 방식으로 수용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서 무엇으로,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을지... 이는 시간만이 증명해 주겠지. 가끔 실수와 오해를 통해서 상처를 주고 받더라도 조금은 너그러워졌으면 한다. 여전히 부족하고 모자르더라도 보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나에게는 이러한 연.. 2020. 5. 30.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십여년 전 마음이 가뜩이나 어려울 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지금의 진동은 내가 한걸음 나아가려는 표시일 뿐이다. 그냥 그 진폭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살아내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는 시간들을 쌓아가는 것만이 답이라는 것을,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고 지나간 후에 되돌아보면 '그 때의 시간들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구나'를 생각할 수 있겠지. 내 자신을 믿고 진심을 다해 하루를 살아가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아직 내 생은 남아있고 결론을 내기에는 한참 멀었으니 겁내지 말고 묵묵히 나아가는 태도가 중요할 것이다. 한편, 내 생애에서 중요한 상처를 자꾸 건드리는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해받고 싶은 .. 2020. 4. 17.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젊었을 때 누구나 한번즈음은 삶을 걸고 딜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해외에서 긴 유학의 길을 이어갈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을 때 다 접고 들어왔던 20대 중후반에 한번, 그리고 30대 중반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웠던 두번의 딜이 있었다. 이러한 딜이 있다는 것은 하나의 챕터가 어느정도 마무리되어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학생의 신분에서 나의 방향성을 찾던 시기, 그리고 기관과 개인의 일이라는 두가지 갈래길에서 중년시기 어디에 방점을 두어야할지 고민했던 시기 끝에 나왔던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특히 올해 초부터 새로운 챕터가 씌여지고 있다. 올해의 나의 목표는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자는 것이기에, 그냥 내 마음과 무의식이.. 2020. 3. 23.
불안의 네 가지 근본 형태에 관하여 그래, 내가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성향은 우울이 아니라 불안이었다.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나의 능력에 대해 기대하는 시선들에 부응하지 못할 것 같다는 염려, 친밀한 관계에서 내팽겨짐에 대한 트라우마 등, 이 모든 것들이 내가 해보지 않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불안이었던 것이다. 심리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던 10여년 전에는 미처 이해할 수 없었던 내 감정의 기반을 이제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내가 상황에 맞설 수 있고 그 이후의 변수들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는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겨났기 때문이리라. 코로나 바이러스로 여러가지 생각들이 많아진 하루하루, 난 약간의 흔들림을 경험하고 있지만 이 진폭이 그리 싫지는 않다. 오히려 더욱 큰 자극과 진폭을 몸소 경험해보고 .. 2020. 3. 18.
페미니즘의 여기-오늘에 관한 80년대 한국에서 태어난 여성으로서 당연히 여성의 여권신장에 대해 옹호하고 그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일부 극단적인 페미니즘 논리에 대해서는 불편한 감정이 늘 있다. 특히 최근 숙대에서 트렌스젠더 학생의 입학을 반대하고 결국 입학을 취소하게 만든 페미니즘은 왜 내가 이러한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침 구독 중인 저널에서 한 기고가의 글이 내 생각을 잘 반영해주었다. 페미니즘이란 여성으로 시작하지만, 세계에 만연한 소수자들의 인권으로 지평을 넓혀야 하고, 가부장적 시각이 지닌 혐오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우리모두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인정과 권리를 누려야 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2020년에 나는 페미니즘을 공부하려 한다. 숙명여.. 2020. 3. 15.
정체성 정치 by 마크 릴라 Mark Lilla 20세기 미국 정치사 두개의 "통치 체제" 1. 프랭클린 루스벨트(1933-1945) 통치체제 : - 뉴딜 시대부터 1960년대 시민권 운동과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린든 존슨 대통령이 1960년대에 내세운 구호)의 시대까지 이어지다가 1970년대에 소진 - 시민이 위험과 곤경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하고 기본권의 부정에 맞서는 활동에 함께 참여하는 미국을 그림 - 표어는 연대, 기회, 공적 의무 - 정치적 - 미국 진보주의의 양대 주제는 정의와 연대, 진보주의자들은 정의와 연대의 보장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제도-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안에서 권력을 쥐는 것에 의존한다는 점을 이해 2. 로널드 레이건(1981-1989) 통치 체제 : - 1980년대에 시작되어 현재 기회주의적이고 무원칙적인 대.. 2020. 3. 11.
수치심과 혐오 by Martha Nusbaum 수치심과 혐오는 분노나 두려움과 다르다. 수치심과 혐오는 특히 규범적으로 왜곡되기 쉬우며 이런 점에서 공적 실행의 신뢰할 만한 지침이 되기 어렵다. 이러간 감들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내적 구조 때문이다. 분노는 세상 속에서 가질 수 있는 타당한 '유형'의 감정이다. 다른 사람에게 손상을 받는 것에 심각하게 염려하는 것은 타당하다. 따라서 분노를 표출한 경우에 질문해야 할 것은 [분노를 촉발한] 사실이 정확했으며, [그 속에 담긴] 가치가 균형을 이루었는가이다. (...) 수치심은 내가 다른 사람의 행위를 통제할 자격이 있다는 사고(수세기 동안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로 여겨져 오면서 강화되어 온 사고)에 기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것이 담고 있는 일반적인 인지적 내용과 서구 사회의 특수한 역사적 측면.. 2020. 3. 5.
모든 애착은 부족함의 표시다. by 장 자크 루소 인간은 날 때부터 왕이거나, 영주이거나, 신하이거나, 부자가 아니다. 모든 사람은 벌거벗고 가난하게 태어나며, 삶의 비참함, 슬픔, 병듦, 곤란과 모든 종류의 고통을 겪게 마련이며, 종국에는 죽게 된다. ...... 인간을 사회적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연약함이며, 우리 마음을 인간애로 이끌고 가는 것은 우리들이 공유하는 비참함이다. 우리가 인간이 아니라면 우리는 전혀 인간애에 대한 의무가 없을 것이다. 모든 애착은 부족함의 표시다. 우리 각자가 다른 사람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그들과 함께 어울리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의 연약함 자체에서 우리의 덧없는 행복이 생겨난다. ...... 나는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 무엇을 사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 2020. 3. 5.
노인돌봄 관련 기사 스크랩 [노인돌봄 누구의 몫인가] ‘여성 독박’이 된 가족 간 노인돌봄 경향신문 기사 (2019.11.26일자)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1911260600035 2020. 3. 5.
혐오, 그리고 정체성 정치 혐오 감정의 인지적 뿌리를 우리 뇌의 작동 방식에서 확인했다. 우리 뇌에서 미움을 관장하는 일련의 경로는 '미움 회로'라고 불린다. 미운 대상을 보면, 우리 뇌의 무리짓기와 구별짓기과 공격성 본능을 관장하는 시상하부가 자극을 받는다. 뇌섬/조가비핵/편도체가 따라서 반응하는데, 이 부위는 모두 변연계에 있다. 변연계는 진화적으로 좀 더 오래된 감정을 관장하는 곳으로, 한때 '파충류의 뇌'라고 불리기도 했다. 여기서 역겨움과 분노와 공포가 자극받는다. 반대로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은 활동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이 '미움 회로'는 '사랑 회로'라고 불리는 곳과도 상당히 겹친다. 우리뇌는 두려움이나 불안을 느꼈을 때 무리짓기과 구별짓기로 대응한다(시상하부). 이렇게 내집단과 외집단을 나누고 나면, 내집단을 향해.. 2020. 3. 2.
현자타임 어제 문득 현타가 왔다. 연초에 지원했던 해외 레지던시 하나가 2차에서 떨어지면서 가뜩이나 요즘 일이 없고 인간관계로 혼란스럽던 차에 자신감이 뚝 하고 떨어졌다. 갑자기 세상이 너무 커보이고 내 자신이 쭈글쭈글해지는 이름모를 감정에 휩싸여 미친듯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했다. 우울하다고... 원래 뭐 없어도 긍정적 마인드와 자신감 하나로 사는 스타일인데, 어쩌면 복잡한 것들을 회피하면서 내가 보고싶은 좋은 것들만 보고 정신승리 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나 라는 자각이 일어났다. 이게 사실이라는 것도 알고 이젠 내가 그리 대단하지도 않고, 그 어느 누구도 대단한 사람은 없으며 그냥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며 살아가려고 애쓰다가 죽음에 이르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나의 이 허무주의와 염세주의적 태도.. 2020. 2. 18.
[토론극장 : 우리_들] 종료 및 출판물 신청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0.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