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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구절들/혐오, 페미니즘, 정체성 정치9

포스트코로나와 인종/국적 관련 혐오표현 증가에 관하여 비교적 일정한 비율로 유지하는 상위 네 가지 혐오표현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표현의 증가다. 직접적으로 2020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중국 혐오가 원인이겠지만, 2016년 이후 양적 퇴조가 분명하던 외국인 혐오 자체가 2018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린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심지어 2020년에 이르러서는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일베의 혐오표현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에 대한 혐오표현이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한다. 국내 최초의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인된 직후, 2020년 2월의 인종/국적 혐오표현은 역대 어떤 혐오표현의 변동보다도 극적인 증가를 나타내고, 이후부터는 '안정적'으로 여성혐오와 비등한 수준의 비율을 나타낸다.. 2022. 8. 27.
가난을 혐오하는 시대 고립돼서 각자 가난을 겪는 2021년의 은강 사람들은 예전보다 훨씬 주눅이 들어있다. 이나 시절까지도 가난이 그렇게 부끄러운 것만은 아니었다고, 김(중미) 작가는 기억한다. "가난이 청렴결백의 상징이었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내가 하는 노동에 대한 자부심, 거짓 없이 몸을 놀려서 이만큼 먹고 산다는 떳떳함이 있었어요." 지금은 아니다. 가난이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조롱하고 온갖 말에 다 '거지'를 붙여대는 말장난에 거리낌이 없는 사회다. 세상도 그러하고 가난한 이들 스스로도 내면화했다. "지금은 가난에 대해 입에 담는 걸 힘들어해요. 부끄러워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더 깊이 느껴요. 자기 탓이 아닌데도 가난을 수치스러워하고, 목소리가 더 잦아들었어요." (...) 1.. 2021. 5. 8.
감염병과 인권 (...) 이번 논란(서울시의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19 검사 의무부과 행정명령)이 감염병과 인권 사이에 얽힌 너무나 복잡하고도 중차대한 함의와 과제를 품고 있다. 첫째, 이번 일을 통해 지난해 유행 초기부터 굳건히 이어져온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정책의 방향이 여실히 드러났다. 여전히 어떤 '환경'이 아닌 어떤 '사람'을 중심으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인식하고 정책을 만들어나간다는 사실이 또 한번 증명되었다. 이번 행정명령들은 2월 중순부터 남양주/동두천/평택 등 수도권 지역 영세 사업장에서 집단감염이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감염 사례의 공통점은 사업장들이 모두 좁고 거리두기가 안 되고 환기가 안 되며, 마찬가지로 열악한 환경의 집단 기숙사에서 노동자들이 숙식을 해결한다는 점이었다. 확산의 불길을 잡기 .. 2021. 3. 31.
누스바움의 혐오 - 고현범, , 『철학탐구』제43집, 05, 2016 대개 혐오는 주로 관념적 요소에 의해 유발되는데 이는 대상이 “무엇인지 혹은 그것이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과 접촉했는지에 관한 관심”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혐오는 감각적 요소에 의해 유발되는 부정적 반응인 기피나 해로운 결과가 예상되어 거부하는 위험(에 대한 지각)과 구별된다. 예를 들어 독을 제거한 복어처럼 위험이 제거되면 위험한 대상은 먹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살균시킨 바퀴벌레 가루를 먹으려 하지 않는다. 즉 혐오스러운 대상은 신체 손상의 위험이 사라진다 고 해도 여전히 혐오스럽다. - pp.140-141. 로진(Paul Rozin)은 동물과 관련된 대상들이 혐오를 유발하는 핵심적인 대상으로 작용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이 아닌 동물 또는 우리 자신.. 2020. 10. 5.
비혼이란 “단순히 비혼이 ‘결혼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정해진 인생의 트랙, 당연히 언젠가는 결혼할 것이라는 시각, 결혼을 하려면 연애는 끝낼 수밖에 없다는 편견, 신혼부부만을 위한 또는 정상가족만을 위한 정책, 여기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하는 정치적인 입장입니다.” (황희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5218.html#csidx37e8209c209db539fdb5102d901a56d 2020. 10. 5.
페미니즘의 여기-오늘에 관한 80년대 한국에서 태어난 여성으로서 당연히 여성의 여권신장에 대해 옹호하고 그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일부 극단적인 페미니즘 논리에 대해서는 불편한 감정이 늘 있다. 특히 최근 숙대에서 트렌스젠더 학생의 입학을 반대하고 결국 입학을 취소하게 만든 페미니즘은 왜 내가 이러한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침 구독 중인 저널에서 한 기고가의 글이 내 생각을 잘 반영해주었다. 페미니즘이란 여성으로 시작하지만, 세계에 만연한 소수자들의 인권으로 지평을 넓혀야 하고, 가부장적 시각이 지닌 혐오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우리모두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인정과 권리를 누려야 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2020년에 나는 페미니즘을 공부하려 한다. 숙명여.. 2020. 3. 15.
정체성 정치 by 마크 릴라 Mark Lilla 20세기 미국 정치사 두개의 "통치 체제" 1. 프랭클린 루스벨트(1933-1945) 통치체제 : - 뉴딜 시대부터 1960년대 시민권 운동과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린든 존슨 대통령이 1960년대에 내세운 구호)의 시대까지 이어지다가 1970년대에 소진 - 시민이 위험과 곤경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하고 기본권의 부정에 맞서는 활동에 함께 참여하는 미국을 그림 - 표어는 연대, 기회, 공적 의무 - 정치적 - 미국 진보주의의 양대 주제는 정의와 연대, 진보주의자들은 정의와 연대의 보장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제도-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안에서 권력을 쥐는 것에 의존한다는 점을 이해 2. 로널드 레이건(1981-1989) 통치 체제 : - 1980년대에 시작되어 현재 기회주의적이고 무원칙적인 대.. 2020. 3. 11.
수치심과 혐오 by Martha Nusbaum 수치심과 혐오는 분노나 두려움과 다르다. 수치심과 혐오는 특히 규범적으로 왜곡되기 쉬우며 이런 점에서 공적 실행의 신뢰할 만한 지침이 되기 어렵다. 이러간 감들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내적 구조 때문이다. 분노는 세상 속에서 가질 수 있는 타당한 '유형'의 감정이다. 다른 사람에게 손상을 받는 것에 심각하게 염려하는 것은 타당하다. 따라서 분노를 표출한 경우에 질문해야 할 것은 [분노를 촉발한] 사실이 정확했으며, [그 속에 담긴] 가치가 균형을 이루었는가이다. (...) 수치심은 내가 다른 사람의 행위를 통제할 자격이 있다는 사고(수세기 동안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로 여겨져 오면서 강화되어 온 사고)에 기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것이 담고 있는 일반적인 인지적 내용과 서구 사회의 특수한 역사적 측면.. 2020. 3. 5.
혐오, 그리고 정체성 정치 혐오 감정의 인지적 뿌리를 우리 뇌의 작동 방식에서 확인했다. 우리 뇌에서 미움을 관장하는 일련의 경로는 '미움 회로'라고 불린다. 미운 대상을 보면, 우리 뇌의 무리짓기와 구별짓기과 공격성 본능을 관장하는 시상하부가 자극을 받는다. 뇌섬/조가비핵/편도체가 따라서 반응하는데, 이 부위는 모두 변연계에 있다. 변연계는 진화적으로 좀 더 오래된 감정을 관장하는 곳으로, 한때 '파충류의 뇌'라고 불리기도 했다. 여기서 역겨움과 분노와 공포가 자극받는다. 반대로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은 활동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이 '미움 회로'는 '사랑 회로'라고 불리는 곳과도 상당히 겹친다. 우리뇌는 두려움이나 불안을 느꼈을 때 무리짓기과 구별짓기로 대응한다(시상하부). 이렇게 내집단과 외집단을 나누고 나면, 내집단을 향해.. 2020.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