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emo 구절들/혐오, 페미니즘, 정체성 정치

누스바움의 혐오

by MIA_LeeQ 2020. 10. 5.

- 고현범, <누스바움의 혐오 회의론>, 『철학탐구』제43집, 05, 2016

 

대개 혐오는 주로 관념적 요소에 의해 유발되는데 이는 대상이 “무엇인지 혹은 그것이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과 접촉했는지에 관한 관심”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혐오는 감각적 요소에 의해 유발되는 부정적 반응인 기피나 해로운 결과가 예상되어 거부하는 위험(에 대한 지각)과 구별된다. 예를 들어 독을 제거한 복어처럼 위험이 제거되면 위험한 대상은 먹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살균시킨 바퀴벌레 가루를 먹으려 하지 않는다. 즉 혐오스러운 대상은 신체 손상의 위험이 사라진다 고 해도 여전히 혐오스럽다. - pp.140-141.

 

로진(Paul Rozin)은 동물과 관련된 대상들이 혐오를 유발하는 핵심적인 대상으로 작용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이 아닌 동물 또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지닌 동물성 간의 경계를 정돈하려는 관심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신체 분비물 중에서 눈물만이 혐오를 유발하지 않는데 이는 눈물이 유일하게 인간적인 것이고 따라서 인간 자신의 동물성을 연상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 물론 모든 동물 적인 특성이 혐오스럽지는 않다. 예를 들면 힘이나 민첩성은 혐오스럽지 않다. 그래서 누스바움은 동물성이 혐오스러운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취약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p.141

 

오염물이 혐오 감정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까닭은, 먹거나 접촉할 경우 주체를 오염시킬 것이라 여겨지는 즉 이 대상들이 바로 인간이 외면하고 싶어하는 유한성과 동물적 취약성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 혐오의 특징은 오염물로 간주되는 대상으로부터 다른 대상으로 확장되는데 있다, 이러한 확장은 혐오 물질이 실제로 유해하지 않은 물질과 접촉함으로써 그 물질을 거부하게 한다는 "심리적 오염"에 의한다. 이렇게 확장된 혐오를 “투사적 혐오"라고 부른다. - p.142

 

혐오는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은폐하려고 하거나 외면하려고 하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혐오는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소망, 즉 동물성을 갖지 않는 불멸의 존재가 되려는 소망이 추동한다. 그래서 이런 내적 갈등을 벗어나려 고 하고 동시에 불멸성을 강화하려고 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취약한 동물적 특성을 상기시키는 혐오를 외부로 투사함으로써, 주변화된 사람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혐오의 대상은 동물성과의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시킬 수 있는 동물도 인간도 아닌 “완충 지대로 기능한다 누스바움은 역사적으로” 투사적 혐오의 타깃이 되었던 흑인 여성 유대인 그리고 동성애자를 향한 혐오의 사례를 검토한다. - pp.143-144

 

- 누스바움 <혐오에서 인류애로>, p.67

투사적 혐오는 비이성적 망상에 의존한다는 점과 불공정한 위계질서를 만드는 경향을 띈다. 그렇기에 평등한 시민들로 이뤄진 국가에서는 투사적 혐오를 적절한 입법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논증하는 것이다. 

 

누스바움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혐오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투사적 혐오로 이것이 사회 구성원 중 몇몇을 '오염원'으로 규정하고, 그것이 사회적 기준이 될 때에 발생된다. 이때 원초적 혐오 대상과 특정한 집단을 하나의 유비관계로 만듦으로써 사회적 낙인 효과를 만들어 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