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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구절들

불안감에 관하여

by MIA_LeeQ 2020. 1. 10.

불안감이 높은 친구에게 읽어주고 싶어서 메모한 글. 나는 불안감이 높은 편이 아니라 자주 긴장하고 가끔 깊이 우울해하는 그 친구의 심리상태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읽은 책에서 그러한 불안감에 관하여 분석한 구절을 읽었는데, 아주 조금은 머릿 속에서 이해가 되는거 같다. 메모했다가 실제로 술 먹는 도중 읽어주었는데, 전체는 아니지만 일부분은 맞는거 같다고. 어디가 맞고 어디가 틀리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거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불안감을 잘 다루는 사람들의 비밀'

pp.75-78

 

의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평가되는 것은 주변 상황과 무난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성공이나 만족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나 분노, 슬픔, 실망 등 부정적인 감정 모두 마찬가지다. 기쁘다고 해서 세상이 떠나갈 듯 환호를 지르거나, 속상하다고 해서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하소연하며 지나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요컨대 과하지 않고 편안하고 온화한 기분을 유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곧장 분노를 쏟아붓고, 관계를 급작스럽게 끊거나 상대에게 잘못을 전가하고 죄책감을 심어주려 한다면 심리적으로 안정된 사람이 아니라고 본다.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의 마르쿠스 쉴텐볼프 의사는 심리적 안정 상태를 '불안감'을 잘 다룰 줄 아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우리의 삶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안정감이란, 안정적인 기분뿐만 아니라 적응력도 포함합니다. 상황에

   적응하고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좋은 삶을 살고, 어쩌면 더 오래 산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 사람들은 무너지기 쉬운 감정을 다양한 행동 유형과 양상으로 드러낸다. (...) 애정결핍과 정서적 분리불안에서 비롯된 경계성 성격장애자는 모든 게 못마땅하고 공허함을 느끼기 때문에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이 안정적이라며 불만을 쏟아낸다. 유년기에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에서 충분한 애착을 느끼고 부모로부터 올바른 스트레스 해소법을 배운 사람은 대부분 정신적으로 저항력이 강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또한 유전자 가운데 특정한 변이가 스트레스를 제대로 처리하고 압박감을 쉽게 견딜 수 있게 한다. 이와 더불어 문제의 원인을 타인에게만 찾지 않고 자신도 마찬가지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강한 정신력의 반증이다. 이런 모든 것이 스스로를 개선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동기가 된다. 

   반대로 유소년기에 정서적 폭력과 같은 상황에 노출된 사람은 정신적 질환과 신체적 장애를 앓을 확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우울증과 불안 장애에 걸리기도 더 쉽다. 연인 관계에서도 갈등과 악의적 비방이 자주 오가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할 마음의 준비 자세를 갖추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버림받거나 속을지도 모른다는 불신과 두려움으로 타인과 관계 맺는 일 자체를 피하기도 한다. 자신을 위험에 내맡기고 다시 상처받기보다는 아예 이런 일이 일어나기 않도록 철저히 막겠다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지속되는 불안감으로 지나치게 방어적인 행동을 보인다. 

    정서적 폭력의 피해가 이와 정반대의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른 시기에 위험한 관계에 자주 빠지고 남을 위해 과할 정도로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무턱대고 성급하게 성적 관계에 자신을 내던지기도 한다. 그피해자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는 물론 자신마저 힘들게 한다.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해본 적이 없는 탓도 있겠지만, 이들 대부분은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하고 좋은 가치 평가를 받을 만한 자격도 없다며 괴로워한다. 그 결과 자신에게 피해를 줄 것이 불 보듯 뻔한 사람이라도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질 나쁜 사람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기에 그피해자가 왜 자꾸만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렇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심지어 때로는 너무 성급하게 가까운 관계가 되고 싶어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뭐라도 느끼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언제나 누군가가 필요한 동시에, 자신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길 바란다. 또한 우주에 떠있는 듯한 무감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들은 유소년기에 당한 정서적 폭력의 탓으로 이른바 '감각의 진동 능력'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더욱 센 고통이나 즐거움 같은 강한 자극을 원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공허함만 느낄 뿐, 어떤 반응도 인지하지 못한다. 기쁜 일이나 나쁜 뉴스, 어느 것도 이들에게 특정한 감정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깊은 슬픔은 물론 날아갈 듯한 큰 기쁨도 알지 못한다. 짧은 기간에 사랑에 빠져 성관계를 허용하는 것은 친밀감을 구하려는 절망적인 시도로 볼 수 있다. 자신에게 상처를 줄까 바 두려운 마음에 거부했던 타인의 애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강렬한 갈망과 연결되는 것이다. 

 

 

'적응 장애: 익숙한 일상에 변화가 찾아올 때'

p.77

 

정서적 폭력은 적응 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 적응 장애의 다른 증상으로는 항상 화가 난 듯 하고, 사회생활에서 뒤로 빠지거나, 항상 같은 생각에 빠져 있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큰 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해왔으나 새로운 상황에 부딪힌 경우,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한 채 경로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모든 것이 갑자기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무관심해지고, 공허한 인상을 풍기며, 수년간 해온 취미생활에도 흥미를 잃고 친한 사람의 모임에서도 갑자기 어울리지 못한다. 

 

 

 

- 베르너 바르텐스, <감정폭력 Emotional Gewalt>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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