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은 김현경 선생님의 저서 <사람, 환대, 장소>를 읽으면서 노트하고 생각을 정리했다. ACC 라이브러리파크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석에 앉아 있는데 변태(처럼 보이는) 아저씨 때문에 자리를 3번과 4번 사이 한가운데로 옮겼다. 알고보니 3섹션 Performing Art와 4섹션 Performance Art 사이었음. 자리 정리하고 일어나는데 또 그 아저씨와 눈이 마주쳐서 닭살이 돋았고, 바로 경비하는 분께 가서 요주의 인물이라고 일렀다. 추석 당일 도서관에 와서 책은 안보고 사람 쳐다보면서 돌아다니는 아저씨라니. 다시 생각했도 징그럽다...
아무튼 김현경 선생님 글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어 메모해보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인용이더라. 두 상황이 다르지만 어쨋든 느슨하지만 소통이 가능한 공동체라는 것이 얼마나 낭만적인지 모르겠다. 마치 지금 여기 라이브러리파크가 주는 적막한 편안함과 비슷한 거 같아. 코스모스는 끝까지 다 읽어보리라 몇년 째 결심만 하고 못 읽고 있는데 언제 제대로 읽어볼지. 올해 안에 꼭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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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수염 고래는 20 헤르츠의 소리를 아주 크게 낸다. 20 헤르츠는 피아노가 내는 가장 낮은 옥타브의 소리에 해당한다. 바닷속에서 이렇게 낮은 주파수의 소리는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 미국 생물학자로서 로저 페인의 계산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가장 먼 두 지점에 떨어져 있더라도 두 마리의 고래가 생다방의 소리를 알아 듣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남극해의 로스 빙붕에 있는 고래다 멀리 알류샨 열도에 있는 상대방과도 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래는 자기를 역사의 거의 전 기간 동안 지국적 규모의 통신망을 구축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광대무변의 심해에서 1만 5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고래들은 사람의 노래로 서로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4, pp.54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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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는 서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였다. 많은 지성들이 세계 곳곳에서부터 이곳으로 몰려와서 같이 생활하고 서로 배우면서 교류했다. 알렉산드리아의 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상인, 학자, 여행객들로 넘쳐났다. 그리스, 이집트, 아라비아, 시리아, 히브리, 페르시아, 누비아, 페니키아, 이탈리아, 갈리아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각지방의 상품과 사상을 교환했다. 코즈모폴리탄이라는 단어가 진정한 의미를 가진 곳도 바로 여기였을 것이다.
- 칼 세이건, 같은 책, p.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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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들은 아무 매개없이 동시성 속에서 모두가 모두에게 직접 연결되어 있다. 동일한 소리의 자 안에 갇혀 있기에, 그들은 교신 대상을 선택할 수 없으며 침묵 속으로 물러날 수도 없다. 다른 말로하면 그들은 서로에게 청각적으로 완전히 노출되어 있는데, 이는 언제나 상대방을 침범할 수 있고, 또 상대방에 의해 침범될 수 있음을 뜻한다. 반면 도서관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영혼들은 책을 매개로 서로에게 접근한다. 그들을 연결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소통 가능성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지평 전체를 감싸는 소리의 궁륭이 아니라, 도처에서 조용히,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교류들이다. 이 교류는 거리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혼자 책 속으로 침잠하는 것을 모두 포괄한다. (...) 독서는 또 다른 대화-비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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