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국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하나의 경향이 된 감정대리. 우리는 무엇이 무서워 혹은 귀찮아서 감정을 대리하게 되는 것일까. 계속 생각 중.
pp.291-230
자기 감정을 스스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나 화났다"는 감정을 이모티콘으로 표현하고, 연애나 여행을 액자형 관찰예능 프로그램으로 대신 경험하며, '대신 욕해주는 페이지'에 들어가 차오른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으로 감정을 외주outsourcing 준다. 본능적이고 삶에 필수적인 감정 표현을 대리인에게 맡기는 것이다.
감정대리인을 찾는 유형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감정대행인'을 통해 자기 감정을 대신 느끼는 사람들이다. 극사실주의를 추구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대리 연애를 즐기고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행위로 명품 쇼핑을 대신한다. (ex.하트시그널, sns 퇴사방송, 명품하울)
-> 페이크슈머의 진화형
두 번째는 '감정대변인'에게 자기 감정을 대신 표현하도록 맡기는 사람들이다. 리액션을 대신해주는 패널을 중간에 끼운 '액자형' 관찰예능 프로그램을 즐기고 뉴스를 읽을 때도 기사보다 댓글을 먼저 읽으며 타인의 감정을 먼저 확인한다.
(ex. 전지적 참견시점, 나혼자 산다 등의 액자형 관찰예능방송, 뉴스에서 댓글먼저 확인)
마지막으로 '감정관리인'이 자기 감정을 대신 맞춰주기를 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감정 코칭이나 감성 큐레이션 서비스가 자신의 기분을 맞춤형으로 조절해주기를 바란다. (ex. 여기어때, 에어비엔비, 음악, 서적 등 큐레이션)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가까이 상호작용하며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더 힘들어하는 디지털 원주민들, 온갖 걱적을 안겨주고 동시에 행복을 강요하는 감정 과잉 사회 속에서 정작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 감정대리인을 찾고 있다. 이처럼 현대인의 약해진 감정 근육을 보살피고 키워줄 존재가 필요해진 시대에 체험경제는 이제 감정경제로 진화 중이다.
- 감정의 골디락스Goldilocks화, 감정의 맥도널드화/해피밀화 : 부정적인 감정을 외명하는 사회와 연결
p.309
외국에서는 스마트폰에 주위를 쏟느라 주변인에게 건성으로 대하는 태도를 일컫는 'phubbing'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는데 이는 전화의 'phone'과 무시한다는 'snubbing'을 합쳐서 만든 신조어이다. 이들에게 감정 표현이란 며칠 밤을 새워 백번 고쳐 쓴 한장의 편지가 아니라, 전송 버튼 하나로 보내는 이모티콘이자 공유버튼 하나로 게시하는 이미지다.
'감정대리인, 내 마음을 부탁해', <트렌드코리아2019>, pp.29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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