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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구절들/토론극장: 우리_들

애착 유형, 그리고 모녀의 관계에 관하여

by MIA_LeeQ 2020. 1. 10.

최근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때문에 읽게 된 모녀의 관계에 관한 책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가야마 리카, pp.144-149)에 실린 성인 애착 유형 질문지에 따르면, 어른의 애착 유형은 총 4개로 분류된다. '불안'과 '회피'라는 두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1) 자율안정형 : 스스로 타인에게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타인과 어렵지 않게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불안과 회피 모두 낮음)

2) 의존형 : 지나치게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만, 정작 자신은 남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평가에 따라 자신의 행복이 좌우된다. 거절당하거나 버림받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불안이 높고, 회피가 낮음)

3) 거절회피형 :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있지만, 타인을 믿지 않는다. 타인과 거리를 두고 애착 행동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려고 한다. (불안이 낮고, 회피가 높음)

4) 공포회피형 : 학대 등의 애착 관계 트라우마를 경험하여, 상대에게 거절당할 것이라고 미리 예측하고 애착에 근거한 관계를 처음부터 거부한다. (불안과 회피 모두 높음)

 

나의 경우, 회피가 3.3 점, 불안이 2.4점으로 거절회피형이 나왔다!

 

한편 내가 엄마에 대해 갖고있는 여러가지 양가감정들-죄책감, 고마움, 의존과 혐오 등-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감정들도 받아들여보는 것으로! 그리고 어쩌면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더 의존적이지 않을까, 본인들의 지배력을 키움으로써 그들이 의존하게 만들고 자신도 의존하려는 심상. 이는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므로써 반대로 내가 의존하려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p. ??

엄마에게 패배를 선언하는 딸에 대해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이렇게 말했다. 

 

   "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든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든, 엄마가 살아 있는 한 딸은 엄마의 주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엄마

    의 말에 따르든 반대하든 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 자신을 지배하는 엄마에 대한 딸의 원망은 죄책감과 자기혐

    오로 표출된다. 딸은 엄마를 좋아하지 않는 자신을 미워한다. 엄마가 딸을 자신의 분신이라 생각하듯, 딸 또한 엄마가

    자신의 분신이라 믿기 때문이다."  

 

 

p. 106

어쩌면 엄마가 된 그 여성은 사실 엄마에게 더 의지하고 싶은데, 엄마 대신 자식에게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일지도 모른다. 엄마의 분리불안을 연구한 발달심리학자 가쿠바리 게이코는 논문에서 이렇게 썼다. 

 

   " 엄마와 아이 사이의 관계는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양육자인 엄마는 자신과 떨어졌을 때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우려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엄마 스스로 아이에게 의존하기도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우려는 걱정, 의존은 서운함이라는 감정으로 이어진다. 걱정은 과잉보호 및 과잉간섭으로, 의존은 아이에게만 의지하는 상태로 발전한다. 그는 엄마의 분리불안을 극복하려면 배우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일상에서 타인과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pp.119-120

그녀의 엄마는 딸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본인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즉 심리적으로 육아에 의존했던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나는 스스로 내 인생을 버텨낼 수 없어서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했다. 그래서 딸을 내 생각대로 키우는 일을 성공의 증거로 삼을 수 밖에 없었다"라고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처음부터 딸에게 의존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딸에 대한 의존을 인정할 수 없었던 엄마는 머리를 써서 관계의 구도를 바꾸어야 했다. 그래서 '의존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라는 메시지를 계속 딸에게 보내고, 딸이 엄마를 의지하거나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는 상호 의존 관계를 만들어냈다. 

   이 구도가 성립되면 실제로 자신을 필요로 한 사람은 엄마인데도 딸은 '나는 엄마가 없으면 살 수 없어. 엄마에게 멀어지면 큰일 나'라고 생각하며 엄마 품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p.137 

그녀는 이러한 죄책감이 딸이라면 필연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이라고 했다. 엄마를 버리거나 배신했다는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는 딸들에게 그녀는 '죄책감을 없애려 노력하는 대신, 그 죄책감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필요경비라고 생각하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죄책감에 사로잡힐 때는 '인생을 나답게 살아가기 데 필요한 경비를 지불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라. 경비가 꽤 들었

   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극복할지 생각해보라."

 

 

pp.138-139

아들에게 엄마로 인한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아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다가 거부당한 엄마가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딸만 엄마에게 지배당하고, 엄마를 미워한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의 밑바탕에는 '여자로 태어났다는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숨어 있다.

(...)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했던 시대에 태어나고 자란 딸들 중 다수는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경험이 있다. 아직까지도 '나는 딸이 아니라 아들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내가 여자여서 미안하다' 같은 죄책감을 무의식중에 갖고 사는 딸들이 많다. 

   남성이 가문의 대를 잇는 제도가 사라진 요즈음에는 결혼하면 부모와 데면데면해지는 아들보다 결혼 후에도 부모를 세심하게 보살피는 딸이 낫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딸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여자로 태어났다는 죄책감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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