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emo 구절들

Emile Benveniste_이야기와 담화

by MIA_LeeQ 2011. 12. 23.

담론(discours)과 이야기(histoire)의 구별

언어 학자 방브니스트는 서사 내용을 가진 말이나 작품이 전언을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는가에 따라 '담론discours'과 '이야기histoire'로 구분한다. 담론은 말하는 사람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것은 말이나 글의 주관적인 형식을 표시한다. 가령 "나는 배가 고파"라든가 "어저께 그 사건 정말 끔찍하더라"는 식의 진술은 말하는 사람의 상황을 주관적으로 표현한다. 말하자면 '나', '너', '우리' 등의 대명사나 '여기', '지금' 등의 부사를 사용해 문장에서 발화의 흔적을 그대로 드러낸다. 즉 그 문장이 주관적인 내용이라는 사실을 문장 자체의 형식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이야기는 발화자나 수신자, 혹은 사건이 진술되는 상황을 전혀 지시하지 않는 객관적인 진술을 뜻한다. 예를 들면 "1789년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났다"는 식의 역사 서술이나 "물은 화학적으로 보면 수소 두 개와 산소 하나의 결합이다"는 식의 과학 진술이 이에 해당된다. 이 문장들은 그저 사건이나 현상만 서술되고 있을 뿐, 그것의 발화자나 그 진술이 누구에게 행해지고 있는가하는 수신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담고 있지 않다. 이야기는 발화의 흔적을 감춤으로써 그것이 객관적 진술인 듯하게 보이는 것이다.     

리오타르는 모든 진술은 발신자(발화자), 수신자, 지시대상(발화대상)이라는 세 항으로 이루어진다고 언급하고, 그렇게 세 항을 분류하면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가에 따라 그 진술의 형태를 구별할 수 있다고  했다. 가령 담론은 발신자, 지시 대상, 수신자의 분류가 명확하다. 이에 비해 근대의 과학적 담론은 수신자가 없으며 발신자의 정체도 명확하지 않다. 과학적 진술은 오직 지시 대상인 자연현상의 진위에만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 과학적인 명제들은 그것이 과학자에 의해 발화된 주관적인 진술이라는 성격은 사라지고, 자연 현상 자체에 대한 묘사의 성격만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학적 명제들이 객관적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은 그 내용보다도 그 명제가 취하는 형식에 있다.

*박병욱, 이데올로기는 형식이다, 대중문화로 철학 읽기, 이룸, 2003, pp.201-202

반응형

'Memo 구절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memo]수집이야기 by 야나기 무네요시  (0) 2012.03.25
액티비즘으로서의 예술에 관한 메모  (0) 2012.02.03
Baldessari said,  (0) 2011.05.30
Diane Arbus's statement  (0) 2011.05.10
pot-pourri  (0) 2011.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