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은 항상 어떠한 일정한 보호 아래 존재하였다. 본래 이 보호는 신비적이며 성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이 보호는 또 물질적이기도 하였다. 시각예술은 장소, 동굴, 건물 속에 위치되거나 또는 그 장소, 동굴, 건물을 위하여 만들어졌다. 예술체험이란 최초에는 의례적인 체험이며 나중에는 다른 생활로부터 분리된다. 그리고 마침내 다른 생활에 작용을 미치게 되면 예술의 보호는 사회적인 것이 되고 지배계급의 문화 속으로 스며든다. 결국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떨어져나가서 궁전이나 건물 내부에 격리된다. 지금까지 오랜 역사 가운데에서 예술의 권위는 특정한 보호의 권위와 불가분의 관계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복제예술이 이룩한 업적은 예술의 권위를 파괴하고 어떠한 보호라도 제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는 예술의 권위가 재생산해 온 이미지를 없애버린 점이다. 오늘날 비로소 예술의 이미지는 순간적이며 편재되어 있고 공허하며 유용하고 무가치하며 자유로와졌다. 예술의 이미지는 언어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가 그리고 그들은 생의 본질에 아무 저항없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무슨 일이 생겼는가에 대해서는 불과 몇 사람밖에 신경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소수의 특권계급만이 가능하였던 예술감상을 복제 덕분에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감상하게 되었다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변화된 것이 없다는 환상을 위하여 복제기술이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미지의 새로운 언어가 다른 방법으로 사용되었다면 보다 새로운 종류의 힘이 생겨났을 것이다. 언어가 무효하게 되어버린 영역에서 우리는 그것에 의하여 보다 정확하게 자신의 체험을 설명하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보는 것은 언어보다 선행한다.)
... 과거의 예술은 일찍이 존재하였던 상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위엄은 이미 소실되어 버렸다. 그 대신에 이미지의 언어가 존재한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언어를 누가 무엇을 위하여 사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복제는 저작권, 출판인과 출판사의 소유권, 화랑과 미술관 등등의 전체적인 정책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 과거로부터 분리된 인간이나 계급은 자신을 역사 속에 존재시킬 수 있었던 인간이나 계급보다도 훨씬 인간이나 계급으로서 활발하게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다.
-p.67-68, <이미지의 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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