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배울수록 무지를 학습한다. 이제 대학 7-8학년 은 보통이다. 이 변화 빠른 시대에 10년도 채 써먹을 수 없어 낡아 버려지는 우리들은 또다시 대학원에, 전문과정에 돌입해야 한다. 이렇게 대한민국 국민은 한 평생을 '학생의 일생'을 산다. 지식이 경제성장의 동인이 된다는 지식경제 시대란다. 그러나 '돈 되는 지식'의 시대는 지식이 인간을 잡아먹는 시대가 되었다. 내가 진정으로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내 꿈이 뭔지도 모른다.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세계화가 누구의 손에 돌아가고, 지금 우리가 어리도 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웰빙타령은 하면서도 내가 먹고 쓰는 게 어디에서 길러지고 누가 만드는지 모른다. 솔직히 제대로 연애할 줄도 모르고 자기를 성찰할 줄도 모른다.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의 삶에 닥친 수많은 실제적인 문제에 우리는 얼마나 당혹하고 무지한가?
무능.
대학생이 되고서도 제 앞가림 하나 하지 못하고 무능해져 버렸다. 우리는 "초대딩", 대학생이지만 초등학생처럼 부모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능한 존재로 불려진다. 그저 성적만 좋고 돈만 잘 벌고 영어만 좀 되면 모든 것이 간편한 소비행위로 해결된다고 학습한다. 삶은 직접 살고 스스로 해내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돈을 벌고 쓰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한 세상에 살면서, 그것 외의 모든 것에 스스로 무능해져 버렸다. 머리만 과잉 발육되어 온전한 인간성과 건강한 몸의 감각과 감성과 사회성과 내면의 생기가 퇴화되어 버렸다. 자신이 마비되고 퇴화되는지도 자각하지도 못한 채.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면서 자라난 잘 사는 명문대생일수록, 성공한 엘리트일수록, 실제 삶과 사회현장에서는 무능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 어제 공연시작을 기다리며 서점가를 헤매다가 발견한 김예슬양의 작은 책.
부끄럽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구나.
나보다도 어린 나이에 이렇게 많은 생각을 정확히 집어내고 용기있게 드러내다니..
생각을 말하고, 말한 것을 행동하고, 행동한대로 살아가고.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버린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그리고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그 대안에 대한 끈질긴 고민도 함께 필요하다는 것을 서서히 느끼고 있다.
- pp.42-43, 길어진대학 짧아진젊음, <김예슬 선언-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느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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