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지하철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당신을 알아보았어요. 웃음을 흘리며
당신의 젊은 시절은 어땠나요?
과거를 회상할 때는 눈동자가 왼쪽방향으로 돌아간다는데,
뭐랄까-
다시 돌아온 그 곳에서 당신이 내게 내민 쪽지엔
'웃음을 함께했고, 나를 알아봐주었고'
내가 당신을 제대로 알아봐주었던가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평생을 함께 살아도
점점 더 모를 수 있다고, 점점 알 수 없게 된다고.
익숙한 그 눈, 그 안에서 이름모를 낯선 공기를 느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어서 그냥
조용히 내 공간으로 들어와 시간을 보내는걸요.
그 마음을 확인해 보고 싶지만,
왠지 내 짐작 그대로라는게 무서워서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입밖으로 뱉으면 그 논리가 너무 초라해서
그 생애 전체가 우주 전체가 한순간에 사라질까봐.
'코끼리'와 '혼자'라는 단어* 사이의 그 무수한 영겁의 거리만큼이나
나와 당신은 오늘도 각자 다른 곳과 시간 속에서 살아가지만,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 김연수의 <모두에게 복된 새해>에서 사트비르 싱 이라는 인물이 말했던 문장 속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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