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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구절들/혐오, 페미니즘, 정체성 정치

포스트코로나와 인종/국적 관련 혐오표현 증가에 관하여

by MIA_LeeQ 2022. 8. 27.

비교적 일정한 비율로 유지하는 상위 네 가지 혐오표현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표현의 증가다. 직접적으로 2020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중국 혐오가 원인이겠지만, 2016년 이후 양적 퇴조가 분명하던 외국인 혐오 자체가 2018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린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심지어 2020년에 이르러서는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일베의 혐오표현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에 대한 혐오표현이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한다. 국내 최초의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인된 직후, 2020년 2월의 인종/국적 혐오표현은 역대 어떤 혐오표현의 변동보다도 극적인 증가를 나타내고, 이후부터는 '안정적'으로 여성혐오와 비등한 수준의 비율을 나타낸다. 외국인,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인에 대한 혐오표현의 급격한 상승은 온라인에서의 혐오표현이 사회적으로 각인된 2010년대이래 계량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던 사실이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진행한 2018년의 광범위한 온라인 혐오표현 연구를 참고하면 이러한 외국인 혐오표현의 증가를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여성,인종(국적), 장애, 성소수자 등 4대 혐오표현 중 인종/국적 관련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의 저브량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조사 시점과 방법적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2018년에서 2020년 사이의 변화는 극적이다. 

 

일베에서의 주요 혐오표현 연간 변동량 (p.121)
인종/국적 혐오표현 원간 게시물 생성량과 반응량 (p.124)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 혐오'가 다른 혐오를 제치고 '대세'를 이루었다는 식으로 말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옳다면, <그림 13>에서 보이는 것처럼 인종/국적 혐오표현의 절대량은 급증했을지언정 그러한 주장에 대한 동조(추천과 댓글)는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기도 하거니와 코로나19의 장기화가 확실시되던 2020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기존의 버즈량으로 돌아가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21세기 중국의 '굴기' 이후 되살아난 중화주의는 과연 한국인들의 무의식 속에 각인된 공포를 일깨웠다. 특히 2017년 한국의 사드 배치 이후에 잇따른 보복조치와 동북공정, 악명 높은 전랑 외교는 중국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는 데 일조했다. 더욱이 2022년 초에 벌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엔 소수민족이 없다'는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유라시아주의'에서 시작되었다는점에서, 동북아시아에 속하는 한국이 언제든지 주오하주의의 깃발 아래 중국의 침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 또한 촉발되었다. 이러한 추세를 볼 때, 일베에서 2020년 상반기에 나타난 외국인 혐오표현의 첨두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예견하기라도 하는 듯 암울 해 보인다.

 

 

 

- 김학준, <보통 일베들의 시대: '혐오의 자유'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오월의봄, 2022, pp.12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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