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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구절들/토론극장: 우리_들

능력주의의 허구성에 관하여

by MIA_LeeQ 2020. 1. 29.

 

"위대한 개츠비 곡선 : 불평등과 계층 부동성을 함께 움직인다."

부유한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계층 공고화를 도모해왔다. 이들은 생산 활동에서 돈을 빼돌려서 그 돈을 장벽 안쪽에 쌓아두었다. 역사적으로 어느 그룹보다 앞서 이 장벽을 유지하고 방어하는 역할을 자처한 사회적 그룹이 있었다. 예전에는 이 그룹에 속한 사람들을 귀족이라 불렀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바로 그 역할을 하는 9.9퍼센트이다. 옛 귀족과 우리 사이에 주요한 차이점이 있다면, 상위를 지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중산층인 척하는 방법을 궁리해냈다는 점이다. 

- pp.26-27  

 

부유층에게 유리하게 활용되는 차별 철폐 프로그램들은 주로 사립학교를 통해 작동한다. 미국 학생 중 2.2%만이 종교와 무관한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하지만 사립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하버드대 학생의 26%, 프린스턴대 학생의 28%이다. 학생들의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차별 철폐 프로그램들은 분명 좋은 의도에서 시작되었겠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부유층의 특권을 공고히 하는 시스템을 확장했을 뿐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어떤 면에서는, 부유한 학생들이 모교가 공평하게 개방되어 있어서 누구든 능력만 갖춘다면 입학할 수 있다고 믿게끔 하는 역할을 했다.

- p.49

 

이름값에 집착하는 현재 시스템에서 "좋은" 학교로 분류되지 않는 다른 여러 학교에서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나쁜"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정말 나쁘다. 불행히도 적절하지 않는 부모에게 태어난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허용하는 교육 시스템은 일종의 '가상'이다. 대학 비슷하게 보이는 곳이 있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 결국에는 빚을 갚기 위한 강제 노역자 신세가 된다. 

- p.52

 

   (...) 교육 프리미엄의 증가가 현대사회에서 능력 있는 인력의 가치가 높아지는 데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킨다. 능력자들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우리가 받는 보상은 우리의 능력에 정비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학위 소지자들이 학위가 없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버는 건, 그들이 일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예 다른 종류의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의 절반 이상이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열려 있는 네 가지 경력 가도career tracks에 곧바로 진입한다. 바로 금융, 경영 컨설팅, 의료, 법률 분야이다. 단순화하자면, 두 유형의 직업군이 있다. 스스로 자기 연봉 결정에 집단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직업군. 그리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직업군. 

- pp.53-54

 

교육 수준이 높고 뛰어난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자기들의 집단 이익을 위해 함께 행동하면, 이는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는 일로 인식된다. 이들이 제공하는 양질의 서비스를 보장하고, 공정한 노동 조건을 설정하고, 그 조건을 준수하는 데에 따른 보상을 제시하는 일 말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협회'를 결성하고 양복을 빼입은 동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다. 반면에 노동자 계급 사람들이-노동조합을 통해- 똑같은 일을 하면, 자유 시장의 신성한 원칙을 위반하는, 폭력적이고 반근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만약 노동자들이 컨설턴트를 고용하고, 다른 회사 소속의 동료 노동자들로 구성된 '보상 위원회'를 가동해서 자신들의 급여를 얼마나 책정해야 하는지 권고하게 한다고 상상해보라.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사실, 어떻게 될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CEO들이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노동조합이 와해된 것과 때를 같이해서 교육 프리미엄이 급증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1954년에는 전체 미국 노동자 중 28%가 노조에 가입했지만, 2017년에 노조 가입률은 11%까지 떨어졌다.

- P.58

 

 

매튜 스튜어트(이승연 옮김), <부당세습 : 불평등에 공모한 나를 고발한다(The 9.9 Percent is the New American Aristocracy)>, 이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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