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5 + pisces 삶의 기록/사라지지 않는 1들

인생의 궤적- 연작(series)과도 같은 삶

by MIA_LeeQ 2010. 9. 20.

 

인생의 궤적- 연작(series)과도 같은 삶

 

 

이따금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인류역사와 그 시작을 함께한 이 고민은 조금만 틀면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할까’ 로 이어진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소위 ‘팔리는 작업’을 해야 할지, 아니면 세상이 나를 몰라주더라도 고집있게 밀고 나가야 하는 건지 헷갈려 한다(실제로 이번 체험프로그램에서 젊은 작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이 두 가지 갈림길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며 나아가는 작가로 고양창작스튜디오 작가인 박현두를 꼽을 수 있겠다.

 

2009년 금호미술관의 사진기획전 <Photo on Photograph>에 참여했던 박현두작가의 <Goodbye Stranger>가 벌써 세 번째 시리즈까지 진행되었다. 2003-4년에 진행된 첫 번째 시리즈가 유학시절에 느낀 이질감과 고립을 위트있는 퍼포먼스와 더불어 찍은 사진이라면, 텅 빈 방송국 세트장이라는 특정장소를 무대 삼아 아저씨, 발레리나, 복싱선수 등 실제인물 한 명씩을 배치한 두번째 시리즈는 TV매체로 대변되는 현대문명 안에서의 나약하고 외로운 개인을 표현했다. 그리고 세번째 시리즈에 와서 다시 해변가, 대극장, 아이스링크 등과 같은 다양한 장소로 눈을 돌리는데, 축소된 인물들에 비해 거대한 장소(풍경)는 개인을 압도하고 ‘하찮게’ 만든다.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본 <Goodbye Stranger> 연작들은 인간이 본디 지니고 있는 ‘고독’과 ‘관계 안에서의 소외’라는 주제에 다가가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자 일련의 과정으로 보였다. 인생도 이러한 연작에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단시간이 아니라, 각각의 에피소드가 모여 하나의 방향성을 갖춘 궤적을 이뤘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그 인생이 어땠노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올해 광주비엔날레 주제인 ‘만인보’는 잘 알려진 바대로 시인 고은의 연작시집 <만인보>[i]에서 차용한 것으로, 10000명에 대한 시를 30권의 책에 담은 것이다. 한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이 위대한 거장으로 손꼽은 테칭 쉬에(Tehching Hsieh)는 1986년부터 1999년까지 ‘13년 플랜(Thirteen-Year Plan)[ii]을 통해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였다. 박현두의 연작이나 언급한 예술가들의 장기 프로젝트를 되돌아보며, 작업과 마찬가지로 인생도 더 길게 볼 수 있는 안목과 시야가 필요하다는 것을 되새긴다. 이번 고양창작스튜디오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큰 배움을 얻은 것은 정작 본인이다.


 

[i]

이 연작시집이 30권째로 마무리된 것은 올해, 1986년 시작으로 장장 24년이 걸렸다고 한다.

[ii]

1977-78 1년간 스스로를 철창우리에 가둔 채 생활한 “Cage”작업을 비롯하여, ‘13년 플랜은 한 시간마다 시간을 알리는 “Time”작업과 건물 안으로는 일체 들어가지 않은 채 노상에서 1년간 사는 “Outdoor”작업 등으로 구성된다.  

 

 

본 글은 고양창작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 방문 후 2010 9 19일 작성된 글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