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함께 생일을 맞이한지 벌써 여섯 번째가 되었다.
그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을까.
그는 흰 머리카락이 생겼고, 언뜻언뜻 햇빛 아래서 빛나는 흰머리칼이 보인다.
그는 눈썹에 몇 개의 터럭이 길게 자라나서 내가 종종 가위로 잘라준다.
그는 몸무게가 늘었고, '내일부터 소식'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또 그만두게 되었다.
나는 살이 조금 빠졌고, 이제는 그 몸무게 그대로 유지 중이다.
나는 운전 대신에 많이 걷게 되었고, 기후동행 카드를 사용하게 되었다.
나는 학교 과정을 시작했고, 그가 학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나는 사업자를 만들었고, 신자유주의가 요하는 '기업가정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주름이 늘었고 피부의 탄력이 줄었다.
우리는 해외에서 첫 코로나에 겪었고, 영어 공부를 하였다.
우리는 당진을 오고가며 여러 일들을 만들게 되었다.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미래를 상상하고 또 현재를 실행하고 있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를 대하는 그에게, 어려움을 함께 겪어내고 있기에 고마움과 애뜻함이 있다.
세상에 여러 오해들을 만들었을지라도, 언제가 우리가 우리만의 자리를 찾게되면 모든게 이해되는 순간들이 오리라.
앞으로 또 네번의 생일을 함께한 후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지, 사뭇 궁금하다.
2025.03.11.
함께 공기에서 식사를 하고, 챔프커피를 마신 후 피에르 위그의 전시를 본 날.
반응형
'5 + pisces 삶의 기록 > 202005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차이께 쓰는 편지 (0) | 2024.03.29 |
---|---|
봄날의 곰만큼 (0) | 2021.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