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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pisces 삶의 기록

임근준, 나는 너무 30세

by MIA_LeeQ 2010. 6. 20.

<나는 너무 30세>  written by 임근준

 

나는 청춘을 허비한 30세

너무 파란만장한 삶은 공허하다.

나는 팔을 잘못 사용했으며

머리를 잘못 감았다.

피부에 맞지 않는 크림을 사용했으며

혀를 잘못 놀렸다.

어깨를 잘못 돌렸으며

유해한 음식으로 위를 채웠다.

인간관계를 남용했으며

노래를 너무 많이 불렀다.

항생제를 과다복용했으며

땀을 너무 많이 흘렸다.

과도한 눈물을 보았으며

너무 자주 무좀에 걸렸다.

선크림 바르는 것을 매번 잊었으며

오후 6시 이후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났다.

뇌를 잘못 사용했으며

불규칙한 식사로 이자를 괴롭혔고

무자비한 음주습관으로 간을 혹사시켰다.

손톱을 강박적으로 짧게 잘랐으며

항문에 너무 많은 것을 넣어보았다.

왜 인생은 바로 살기엔 곤란한가.

안온하게 사는 법은 왜 존재하지 않는가.

나는 아직도 너무나 뜨거운 후라이팬

올바르게 놓여지지 않은, 맛있는 반숙계란은 누구 차례인가.

나는야 달걀을 일만일천일곱개 먹어치운

청춘의 이별열차 혹은 중년의 묻지마 관광버스

엎어치나 메치나 지루한 30세.

 

* 2000


---

때로는 너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뒤죽박죽 엉킬 때가 있다.
그게 사람이든, 생각이든, 일이든, 사건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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