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진 벅 <지구공학 이후>에서 배움이란?
정규교육에서 구축해야 할 10가지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
① 보이지 않는 것의 시각화를 포함한 핵심 디자인 기술. 여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즉 탄소를 상상하고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개념이 들어 있다. 미생물을 보는 것도,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곳에 있는, 우리가 쓰는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는 우리의 행 동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데이터 시각화,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등 디자이너로서의 기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디자인에 대한 사용자이자 비평가로서의 기술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탄소 흐름을 추적하는 장치는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 긍정적이고 재미있는 경험을 줄 수도 있고, 계산을 되풀이하게 만드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 환경적 지속가능성이나 재생에 초점을 맞춘 유니버셜 디자인 미학을 따른다 면, 스티로폼 컵이나 내연기관은 디자인적 관점에서 우아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문화 전반에 탄소제로 디자인 감성이 자리 잡을 때 낭비와 오염을 유발하는 수요를 줄이고 탄소 제거로 나아갈 수 있다.
② 다른 문화에 대한, 다른 생물종에 대한 공감 능력. 이 역량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시각화와 연결되어 있지만, 타자에 대 한 배려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다른 범주다. 여기서 시간적 • 공간적으로 밀려난 이들이 타자에 포함된다. 현재는 미취학아동들만 공감 능력을 배우고 있으나, 이는 교육 전반에 걸쳐 실행되어야 한다.
③ 탈식민주의적 실천. 역사와 지리에 대한 기본 지식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식민주의와 착취의 기본적 과정을 이해하 면 학생들은 탄소 제거의 한계와 형평성 문제를 더 잘 파악하 게 될 것이다. 이는 기후 복원의 실현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 다.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다른 가능한 미래를 상상할 공간을 제공하고 통찰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탈식민주의적 실천 은 단순한 내용적 지식을 넘어 헤게모니와 지배를 인식하고 그 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④ 자연 세계에 대한 경험적 지식. 외부 세계와 진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⑤ 수치와 규모. 기후변화의 맥락에서, 새로운 세대는 이 문제의 규모와 해결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기가톤, 수백만 헥타르, 수 조 달러와 같은 큰 숫자를 다룰 수 있는 능력도 포함된다. 이 역량이 발전하지 못한 것은 수학적 직관의 발달보다는 연산에 중점을 두는 초등학교 수학 교육 방식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⑥ 비관적 알고리즘 문해력. 이는 미래를 예측하는 모델과 그 모 델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이해하는 역량과 관련된다. 이러한 알고리즘의 한계, 알고리즘이 잘못되었을 때 직관에 의지하는 방법,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는 프로그래머용 전문가 수준의 기술이 아니라, 좋든 나쁘든 일정 정도 알고리즘의 지배를 받는 사회에서 삶의 기본적인 부분이 될 것 이다.
⑦ 여러 시스템을 참조할 수 있는 사고 능력. 기후 복원처럼 복잡 한 일을 시도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탄소와 영양 순환, 수문학 hydrology(지구상의 물을 연구하는 학문], 미생물, 경제에 이르는 인간 과 자연 시스템 간의 수없이 많은 상호작용을 이해해야 한다.
⑧ 대화. 탄소 제거는 사람들이 그 실천을 위해 협력하지 않으면 달성될 수 없다. 이는 이념적 경계를 넘고, 정치적 파벌이나 정 체성에 기반한 집단을 넘어 합의된 목표를 위해 협력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경청과 협력이 아니라 주장과 비판을 중심으로 설계된 교육 시스템과 학술 담론은 한계가 명확하다.
⑨ 상상력. 학생들은 기업가정신 함양에 유용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배우고 있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역량은 시스템이 대규모로, 혹은 장기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상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활동이나 실천이 그런 상상을 가능하게 하고 강화해 줄 수 있을까?
⑩ 정서적 자기 이해. 기후변화에는 두려움, 상실감, 죄책감, 취약 성, 사랑, 그리움 등 엄청난 정서적 내용과 맥락이 존재한다. 자신 의 감정을 파악하고 연결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큰 변화에 동참하게 된다.
홀리 진 벅(최영석 옮김), <지구공학 이후>, 2019/2025, 앨피, pp.297~299.